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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 소도시에서도 느껴지는 한국의 위상

by 낭시댁 2022. 2. 11.

어학수업은 하루에 평균 4시간인데 유독 화요일만 오전2시간, 오후2시간으로 나눠져 있어서 점심을 준비해 가야만 했다. 나는 냉장고에 전날 먹다 남은 키쉬를 한조각 싸고, 귤이랑 과자 그리고 디카페인 커피도 준비해갔다. 점심시간이 두시간이나 되기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위한 준비였다.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그런지 반 여자친구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느낌 아닌 느낌......? 내가 평소 반에서 개그담당을 좀 하긴 했음.

점심을 안싸온 친구들은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사고 우리는 미리 학생회관(Maison de l'étudiant ) 건물로 가서 자리를 맡았다.

Maison de l'étudiant에는 전자렌지나 자판기들이 있고 둘러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있다. 다양한 학생 연합의 사무실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 다른 건물들도 있지만 다들 이곳이 따뜻하고 편하다고 한다.

둘러 앉아서 마스크를 벗고 각자 준비해오거나 사온 음식들을 먹는데, 이때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얼굴을 보고 같이 식사를 하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코로나고 뭐고...

워낙에 국적들이 다양해서 대화 주제도 다양할 줄 알았는데 외외로 대화의 주제가 자주 한국으로 옮겨가서 놀랐다. 내가 인싸가 된건가... 친구들은 앞다투어 나에게 한국어 문장들을 쏟아냈고 "안녕하세요"는 기본이었다.

평소에도 나만보면 항상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이란 소녀는 (현재 프랑스에서 대학원을 준비하고있다.) 한국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낭시에 있는 한국문화 커뮤니티 (페이스북)를 알려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하면서 당장 가입했다.

"하지만 실제의 한국인들이 드라마처럼 모두 잘생기고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실망할거야."

내 말에 터키, 시리아친구가 둘이서 강하게 부정했다.

"아닌데? 한국은 안가봤지만 내가 본 모든 한국인들은 다 예쁘던데? 너두 예쁘고!"

아 고맙.. ㅋㅋ

터키친구는 자기 여동생의 한국인 남친의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소녀들이 모두들 휴대폰을 돌려보며 잘생겼다고 난리가 났다. 내가 봐도 키도 크고 잘생긴 남자였다. 심지어 자기 친구중에 한국관련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가 있다며 채널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엄마랑 우리 자매는 한국음식 너무나 좋아해! 특히 떡볶이!! 그리고 우리는 한국 드라마를 너무나 좋아해. 우리 엄마는 한국 드라마는 순수하다고 말해."

"맞아맞아! 미국 드라마는 만나자마자 키스하는데 한국 드라마는 손잡는데도 오래걸리고 설레게 하잖아!"

"응, 그리고 터키 드라마에서는 총도 자주 쏘는데 한국 드라마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많지."

그리고 말레이시아 친구는 이민호 사진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너무 잘생기지 않았냐며 또한번 야단 법석을ㅋ

우리는 식사를 마친후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서 수다를 이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나고나니 한적해져서 좋았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귤과 과자들을 나눠주었더니 다들 까르르웃었다. 내가 볼때마다 먹을걸 나눠준다며 친절하단다.

"나이많은 언니들은 원래 이렇단다."

잠시후 이 친구들은 천국의 계단부터 손예진과 현빈이 나온 드라마까지 다양한 드라마에 대해 토론했다. 내가 직접 시청한 드라마는 없어서... 나도 잘..;;

그리고 누군가가 한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길래 내가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주었더니 모두들 흥미로워하며 경청해 주었다. 내가 만났던 어느 필리핀 학생들은 한글을 읽고 쓰는데 일주일밖에 안걸렸다고 하더라며 배우기 꽤 쉬운 문자이니 한번 배워보는것도 좋다고 은근히 부추겨보기도 했다.

한국의 위상이 최근 몇년사이에 아주 커진 것 같아서 너무나 뿌듯하다.

7년전 우리 시동생은 나를 처음 만났던 날 "한국의 경제 수준을 태국과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을 해서 나를 당황시켰었다. 그만큼 유럽에서 보는 한국은 동남아와 다를바 없어보였고 한국하면 다들 김정은을 떠올리기 쉽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때 만난 시동생은 나를 볼때마다 BTS며 오징어게임등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대해서 계속 떠들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시동생은 가족들에게 이런말도 했었다.

"어제는 XX몰에 갔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K팝이 들려오고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봤더니 한층 전체가 전부다 한국 제품들이더라구! 요즘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야!!"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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