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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현지 대학생이 조언해 준, 프랑스에 빨리 적응하는 법

by 낭시댁 2022. 2. 10.

어학원 첫째주에는 소그룹으로 다니면서 대학교내 다른 건물들을 찾아가서 게시판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지의 답을 찾는 수업이 많았다. 프랑스어로 대화를 유도하고 학교에 빠른 적응을 위한 의도였겠지만 솔직히 꽤나 성가신 활동이었다.
이제 다 끝났나 싶었는데 오늘 또! 비슷한 미션이 있었다.

밖에 나가서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인터뷰를 하라는 것이었다.
전공이 뭔지?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졸업후 계획은? 학교내 활동하는 단체가 있는지? 등등...

에휴... 시키면 해야지...

나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있다가, 선생님께서 지금 시작하라고 말씀을 하시자마자 우리 그룹 소녀들에게 빨리 나를 따라오라고 시키고는 아랫층 카페테리아로 쏜살같이 달려내려갔다. ㅋㅋ아무래도 다른 그룹보다 빨리 내려가는게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는 그룹은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카페테리아 입구에 혼자서 세상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학생을 발견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봉쥬😊 하고 다가갔다. (분명 나 이거 하기 싫었는데 ... 혼자 제일 적극적...)

그 남자는 헤드셋을 벗으며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주었고, 뒤따라온 그룹 친구들과 나를 소개하며 수업 과제때문에 짧은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스티앙이라는 이름의 이 남학생은 아주 쿨하게 받아주었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전공이 뭐예요?"

"철학이에요."

"그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뭐예요? 그리고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그냥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고나서 별 생각없이 정했어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전공에 흥미를 갖는거예요."

우리는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음...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거운건 뭐가 있나요?"

"집에 갈때 가장 즐거워요."

여전히 우리만 웃고 그는 웃지를 않는다.

"학생활동같은거 참여하세요?"

"안해요. 혼자 조용히 있는걸 좋아해요."

아... 방해해서 미안해지는데... 빨리 끝내야겠다.

"우리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프랑스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그럼요. 프랑스 정부에 대해서 함께 화를 내는거요. 그게 프랑스인들이 가장 잘하는거거든요."

이때 이 남자는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처음으로 말을 길고 열성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학생들 시위하는거 봤죠? 그런데 같이 참여해보세요. 그 시위에 대해서 설명을 조금 하자면, 대학학비정책때문이든요. 지금까지는 무료였는데 앞으로 정부에서 학비를 올리겠대요. 따라다니면서 구호도 외치고 하다보면 프랑스에 금방 적응할 거에요!"

방금전까지 세상 귀찮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 남학생이 맞나 싶을정도로 갑자기 열성적인 태도를 보여서 우리는 좀 당황했고 고맙다고 자리를 뜨자마자 셋이서 미친듯이 깔깔웃었다.ㅋㅋㅋ 이거 재밌네!

그리고 우리는 두번째 학생도 인터뷰를 했다. 엄청 아름다운 금발의 여학생이었는데 여자인 내가 봐도 친절하고 아름다운 미소에 온몸이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그녀는 법을 전공하다가 역사 교수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역사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후에는 무장경찰 (gendarme)이 될거고 역사관련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자기 새언니도 러시아인이라며 (공교롭게도 우리 그룹 세명 모두 프랑스인과 결혼한 사람들이었다.) 다양한 지역활동에 참여해 보는것도 재미있을거라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방금 만났던 남학생이 우리에게 해준 조언을 들려주며 그는 늘 집에 가고 싶어 하고 세상 무료한 표정이었는데 이 조언을 해 줄때 만큼은 열성적이었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녀는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우리와 함께 웃어주었다. 😂 처음 만났는데 이미 알던 사이처럼 살가운 대화를 나누어서 너무 즐거웠다.

프랑스인들은 표정이 대부분 무뚝뚝하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시도해보면 생각보다 친절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대부분 친근하게 대해주는것 같다. (학교내 뿐 아니라 마트나 도서관에서도 느끼는 점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우리는 다른 그룹보다 강의실로 빨리 돌아왔고 선생님께 인터뷰 내용을 들려드렸더니 재미있어하셨다.

"처음에는 솔직히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는게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해 보니까 재미있어요. 다들 너무 친절하고요!"

내 말에 선생님과 그룹 친구들도 공감해주었다.

동생들아, 언니 덕에 빨리 끝난거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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