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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다국적 반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by 요용 🌈 2022. 1. 29.

어학원 첫째주가 시작되었다.

첫날은 오후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백팩에다 물한병, 필통 그리고 새로산 공책을 챙겨서 씩씩하게 학교로 향했다.

트램을 타려고 했다가 새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집에서 걸어가면 35분 정도 걸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트램을 타거나 버스를 타도 비슷하게 소요된다.

앞으로도 오후 수업을 하는 날이면 이렇게 걷는것도 좋을것 같다. 해도 쬐고 운동도 하고 프랑스어 팟캐스트로 듣기 연습도 하고 말이다. 영하 1도였는데 걷다보니 몸이 후끈해졌다.

캠퍼스 곳곳에 앉아있는 대학생들을 보니 내 대학시절도 떠오르고 친구들이 급 그리워졌다. 아.. 전생같은 기억이네.. ㅡㅡ;

다양한 국적

 

우리반에는 총 14명의 학생이 있는데 중복되는 국적이 거의 없을정도로 다양한 국적들이 모여있었다. 이란(2명), 팔레스타인, 페루, 시리아, 말레이시아, 대만, 러시아, 베네수엘라, 스페인, 터키, 알바니아, 니카라과...그리고 대한민국! 완전 흥미로운 반이다!

국적은 다르지만 언어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있어서 쉬는시간에 아랍어나 스페인어가 들려온다. 나는 베네수엘라와 팔레스타인 친구들과 소그룹을 할때 그 나라 상황에 대해서 잠깐 물어보았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가 있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 온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정치적 망명을 온거라고 했다. 브라질과 터키등 많은 나라들을 몇년에 걸친 끝에 2년전에 프랑스에 어렵게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좀더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내가 제일 왕언니다.

 

역시나 나이는 반에서 내가 제일 많았다. ㅡㅡ; 이 나이에 또래 친구를 만나길 원한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보다.ㅋ

내가 가장 어른이니까 뭐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20대가 가장 많은데 앞으로의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듣고 있노라면 내 자신은 뭔가 상대적으로 이미 할 거 다 해보고 정년퇴직을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쉽게 말을 걸어도 다들 편하게 반겨주는 느낌이 들어서 편하기도 하다.

대학원을 준비중이라는 러시아 아가씨가 디지털 마케팅이 꿈이라고 말했는데 마침 내가 경험이 있는 분야라 쉬는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녀는 다음날 나에게 다시 찾아와서 내 sns계정을 묻기도 하고 참고할 만한 서적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풋풋한 얼굴을 보니 아주 기특해 보였다.

 

반가운 인연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누군가가 내 이름을 큰소리로 불러서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작년에 의무교육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받을때 만났던 에티오피아인 네사넷이었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것도 고마운데 ㅠ.ㅠ 나는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질 않아서 너무나 미안했다. 그녀도 이번에 처음으로 등록을 했는데 아쉽게도 나와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되었다고 한다. 수업 시작할때가 다 돼서 급하게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데 그녀가 '전화할게!' 라고 말하며 떠났다. 아하! 전화번호가 있었구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가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내가 먼저 그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주어야겠다.

낭시에 온지 2년차가 되니 나도 이제 인연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나보다.

남편이 시키는대로 수업중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대답한다. 선생님은 총 세분이신데 세분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하시는데, 나를 쳐다보며 말문이 막힌듯한 표정을 보이실때마다 나는 내 이름을 말씀드린다.ㅋ

수업을 마치고 나올때는 대만인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탄다. 같은 아시아인이라 반갑기도 하고 또 그녀도 프랑스인 남편이 있어서 여러가지로 통하는게 많은것 같다. 그녀는 벌써부터 집으로 나를 초대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내일은 더 많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

 

유튜브 새 영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