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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나라별 직장내 남녀 급여차이에 대해 논하다.

by 낭시댁 2022. 2. 20.

어학원 수업중에 흥미로운 주제가 있었다.

프랑스내 남녀간 급여차이에 대한 오디오를 들었는데 일단 평등을 외치는 프랑스에서도 평균 남자들의 급여가 더 높았고, 임원의 비율도 남자가 더 많았다. 평균 교육 수준은 여자들이 더 높지만 가정을 꾸린후에 아무래도 파트타임을 선호하고 근무시간외 근무를 기피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했다.

우리는 같은 주제로 각자 자신의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우리 반에는 이란인만 두명이고 나머지의 국적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특히 이란이 흥미(?)로웠다.

이란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여자는 판사나 정치가가 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또 남자는 산부인과 의사나 관련 강의를 하는것이 금지라고 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남편의 동의서 없이는 운전도 맘대로 못했다고!! 지금은 운전은 자유롭게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여자가 직업을 가지려면 남편의 동의서(autorisation)가 필수란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충격...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산부인과 얘기를 듣더니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알바니아인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여자 산부인과의사가 없어서 처음에는 싫었어요. 그런데 막상 진료를 받아보니 여자 선생님보다 더 젠틀하게 터치하더라구요."

그녀의 너무 디테일한 표현과 손짓에ㅋㅋㅋㅋㅋㅋ 대부분의 여자들은 경악을 했고 선생님께서는 황급히 그녀의 말을 끊으며 반 전체를 향해 얼버무리셨다.ㅋㅋㅋ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 개인의 의견이예요. 나는 절대로 동의를 못하겠고요... "

쉬는 시간 풍경

그리고 우리 선생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내가 여기서 강의를 수십년간 했는데, 한 20년쯤 전만해도 한국인, 일본인 부인들은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문화차이라고 생각했지요.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고 부인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것이 당연한걸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뭐 우리 부모님 세대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 말씀을 듣고 팔레스타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시며 3형제를 키우셨는데 집안일도 혼자서 도맡아 하시느라 고생을 많이하셨어요. 남자들은 다들 집안일은 안하는 것 처럼 생각했지요. 요즘에는 팔레스타인도 바뀌었어요."

터키인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안타깝게도 터키는 지금도 그래요.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집안일은 여자들이 다해요. 제 친구들은 다 그렇게 살아요. 제 프랑스인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걸 보면 다들 부러워하지요."

요즘 태권도에 빠져있는 스페인남자는 스페인 남자들의 마초스러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이전 세대들만 그런것이 아니냐고 물으셨다.

"아니요, 요즘 젊은 남자들도 마초 정치가들을 많이 지지해요.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직장내 남녀차별이 여전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스페인 사람들은 해외취업을 많이 나가요. 특히 브라질로 많이가지요."

다들 비슷한 얘기만 하는것 같아서 나는 우리나라 남자들의 군복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직장내 남녀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내 대학동기들이 2년간 군복무를 할때 나는 먼저 취업을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 유리했고, 남자들은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그나마 군인 급여가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군인들의 대우가 안좋아서 군환경을 향상시키는것 또한 한국의 과제라고 말했다.

니카라과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정치상황때문에 페미니스트는 존재할 수 조차 없어요... 방금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는데요, 설문조사결과 높은 비율의 니카라과여자들이 대학진학이나 직장 생활을 원하지 않고 주부로 지내는것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흠... 나라별로 제각각인 상황이 정말 흥미로웠다.


며칠 후 시댁에 갔을때 이날의 토론을 들려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호호 에스빠뇰 남자들이 마초기는 하지. 어릴때부터 방학때마다 그곳에서 지내봐서 에스빠뇰은 잘 알지. 실은 내가 꽤 오래 만난 남자가 있었단다. 마초긴 하지만 귀여운 마초였거든... 한때 나는 그 남자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의 눈빛이 아련해지실 무렵 시아버지께서 부엌 앞으로 지나가고 계셨고, 어머님께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셨다.

"우리 미슈(시아버지 애칭)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다시한번 아버님쪽을 흘끔 바라보셨다.

"아무튼 에스빠뇰 마초기질은 나쁜것만은 아니란다. 그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다시한번 어머님의 눈빛이 아련해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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