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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멋진 프랑스인 친구가 생겼다!

by 낭시댁 2022. 3. 14.

8일 반만에 오미크론을 완치하고 학교에 다시 등교를 했다.
그런데 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 딴세상이 펼쳐졌다.

봄이 온 것이다.

기온을 체크해 보니 15도였다.
나혼자만 한겨울 옷을 덕지덕지 껴 입고 있는것 같았다. 😐

파란하늘과 초록 잔디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진 하얀 봄꽃들- 바람속에도 분명 봄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오늘 프랑스인 짝꿍인 카린을 처음으로 만나기로 한 날이다.

서로의 수업스케줄때문에 길게는 어려웠고, 내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그녀가 우리 건물로 잠시 들르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딱 15분의 시간만이 허락된 상태였다.ㅋ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만나기로 한 자율학습실(?)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대체 뭐라고 나는 이리도 긴장을 하고 있는가.... 마치 소개팅에 나온 기분이랄까...

창밖에 펼쳐진 캠퍼스 잔디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서 간식을 먹고 수다를 떨고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카린이랑 저런거 해보려나 하는 상상을 나도몰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20대 여학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서로의 관심사가 없을까봐 걱정도 했다.) 가죽 재킷을 입은 시원한 숏커트의 은발머리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 보는 순간 서로 꽤 잘 통하겠다는 느낌이 팍 오는 느낌이랄까- 심봤다!!

그녀는 학생이라기에는 뭐랄까 매우 노련하고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안녕! 나 카린, 드디어 만났네!"

카린이 먼저 반말로 이메일을 보내온 덕분에 나역시 부담없이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카린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아, 나 학생 아니구, 학생들한테 영어 가르쳐.😊"

헐- 그랬구나... 교수님이셨네... (정확히는 대학강사.)
뭔가 차분하고 알아듣기쉽게 말해주는 그녀의 말투를 들으며 나는 유능한 과외선생님이 생겼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녀는 오늘 나의 하루를 밝혀준 서프라이즈였고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그녀는 마흔다섯살이고 한국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한국어가 너무너무 좋아. 발음이 너무 예쁜것 같아. 내가 할 줄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나는 카린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도 뿐이야. 호호"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거지?"

"맞아! 하하 그거지. 나랑 내 동거남은 둘다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어. 최근에 우리커플이 가장 재밌게 본거는 힘쎈여자 도봉순. 배우가 너-무 사랑스러운거있지! 그리고 나는 또 매주 한국어 스터디 모임에도 참여해. 우리학교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꽤 있거든. 그런데 그 친구들이 맨날 나더러 발음이 너무 안좋다고 하더라구ㅋㅋ 기역을 자꾸 '크'라고 발음 하기도 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재미있어!"

우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폭풍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학교내 한국어 스터디 그룹도 하고, 외부에서 한국문화 커뮤니티 활동도 하는데 얼마전에는 그곳에서 짜장면도 만들었다며 자랑했다. 그리고 또 그녀는 두마리의 고양이가 있다며ㅋㅋㅋ 서로 고양이 사진도 교환했다. (정말 15분 동안 우리는 별걸 다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시간표를 펼쳐놓고 다음에 만날 시간을 정했다. 일주일에 한시간씩 서로의 언어를 도와주기. 나는 그녀의 한국어 발음 교정을 도와주겠지만 아직 많이 초보라서 대부분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게될 것 같다.

나는 수업시간에 늦어서 먼저 일어나야만 했는데 그녀는 나에게 발을 동동구르며 나를 만나서 너무너무 기쁘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똑같이 그녀를 따라 화답해 주었다ㅋㅋㅋ

너무 멋진 프랑스인 친구가 생겨서 온종일 기분이 좋다! 오미크론 완치 기념으로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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