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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대만친구집에 식사초대를 받았다.

by 낭시댁 2022. 2. 24.

어학원 한반에서 수업을 받는 대만인 친구가 점심식사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비록 하늘은 흐렸지만, 트램을 타고 낯선 동네에 내려서 친구집을 찾아가는 기분이 살짝 설레었다.

나를 포함해서 총 세명의 한국인을 초대했다. 이전 학기때 같은 반에서 공부한 사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모두 아는 사이였다.

영어와 한국어 그리고 서툰 프랑스어까지 섞이다보니 총체적 난국ㅋㅋㅋ

화이트와인을 한잔씩 마시고 수다를 나눈 후 그녀는 식사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갔다. 대만식 샌드위치를 맛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찜기에서 꺼내는 빵이 꼭 찐빵처럼 생겼다. 모양도 맛도 찐빵이었다. 안에 앙꼬는 없었지만-

우리가 한국어로 찐빵이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찐빵 찐빵... 쪄낸 빵이라는 뜻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듣는것일까...." 귀여운 말과 표정에 웃음이 났다.

과바오 혹은 꾸아빠우. 저 찐빵안에 나물과 고기 그리고 땅콩가루를 채워서 싸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래도 네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면 우리가 따라서 만들어볼게."

"오케이."

"이 나물은 머스타드 잎인데 아시아마트에서 절인걸 사온거야. 그냥 먹으면 너무 짜고 써서 물에 몇시간 담궈놨다가 먹는게 좋아. 그리고 매운 고추는 원래 하나만 넣는데 오늘은 한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3개를 넣었어."

역시 3개를 넣으니까 적당히 매콤하고 완벽했다.

"이 땅콩가루도 그렇고 찐빵도 그렇고 대만에서는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고 다들 쉽게 사다 먹는건데 프랑스에 와서는 구하기 어렵거나 비싸니까 직접 만들게 되더라. 근데 생각보다 쉬워서 놀랬어."

하긴 그렇지... 나도 치킨, 햄버거, 피자는 사 먹는건줄로만 알았으니까... ㅋ

예쁘게 완성된 내 과바오!

저 머스타드잎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마치 고춧가루가 없는 열무김치나 갓김치 같은 느낌이 나는것이 우리 입에도 참 잘맞았다. 달콤한 찐빵과 고소한 땅콩가루까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결국 한쌈씩(?) 더 싸겠다고 해서 두개씩 먹고 배가 빵빵-

후식은 도저히 못먹을것 같은데... 먹을 수 있으려나 근심하던 찰라, 친구가 내온 거부할 수 없는 비쥬얼의 녹차 케잌!

나 진짜 후식은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건 못참지...

안에 녹차 크림이 줄줄 흘러내리고 그 속에는 녹차 푸딩까지 숨어있는 롤케잌이었다.

배가 불러서 한조각밖에 못 먹은것이 한이 되는 맛이었다.

너무나 잘 먹고 잘 마시고 해가 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길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이 보였다. 그제서야 오늘이 대보름이었구나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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