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날-
재택근무를 마친 버거씨가 저녁에 낭시까지 태워다 주었다.

3주만에 만나는 내 작은 방.
어느새 창문앞이 울창해졌다.
초록 이파리들이 창 앞을 가득 채워서 아래로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잘 안보일 지경이다.
여름이 한층 더 가까워졌구나.
신난다.

티옹빌에서 올 때 버거씨가 이른 저녁을 차려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었다.
오랜만에 낭시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아자코 라멘집에 가자-

저녁 8시가 넘으니 배가 너무 고프다. 버거씨는 더 고프겠네.

타코야키!
오늘도 나는 버거씨가 입을 데일까봐 젓가락으로 반쪽씩 미리 잘라놨다.
미소 라멘 오랜만이다~

한국에서 프랑스는 참 멀고도 멀다.
그 먼 여정끝에 먹는 미소라멘은 정말 힐링이구나.
버거씨가 계산하려고 할 때 내가 말렸다.
"이건 우리 할머니가 사 주시는거야. 5만원 주시면서 신랑 맛있는거 사주라고 하셨어. 근데 당신 이름이랑 전남편 이름을 구분 못하시더라고ㅋㅋ"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완강하게 우기던 버거씨는 결국 만난적 없는 우리 할머니께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
"이거 아직 끝이 아니야. 당신 맛있는거 사주라고 용돈 주신 분들이 더 계셔. 다음에는 내가 더 맛있는거 사줄거야."
여름이 다가오니 해가 길어져서 참 좋구나.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밝다.
”솔직히 나 프랑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울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어. 5년만에 만난 한국 가족들이랑 헤어져서 돌아오는 프랑스에 이제는 예전처럼 익숙하게 나를 맞이해 줄 전남편과 그 가족들이 사라졌잖아. 근데 당신이 있어서 하나도 안슬프더라. 저 밖에 나를 기다리는 당신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고맙고 든든했어.“
”내가 그럴까봐 바쁘더라도 꼭 마중을 나가야겠더라고. 네 기분이 우울할까봐 걱정했어.“
이 아저씨 어찌나 세심한지…
공항에서 버거씨를 보는 순간 이미 집에온 것 처럼 마음 편안해지더라..
버거씨는 결국 밤 11시가 다 돼서 돌아갔다. 언제 또 운전해서 티옹빌까지 가려나...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 미안하고 고맙다.
한국에서 만 하루가 걸려서 프랑스에 도착한 나에 비하면 뭐 100km는 아무것도 아니긴 해ㅋ.
엄청 피곤하긴 해도 다시 돌아온 내 일상이 참 반갑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
이전 포스팅 읽기
아침에 크루와상을 먹다가...
마음이 꼭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특별하다.
모나코에서 맛 본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
상처받지 않는 영혼 - 마이클 싱어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흔 넘어 생일파티를 손꼽아 기다리다니 (0) | 2025.05.22 |
---|---|
꽃이 활짝 피었다 (9) | 2025.05.21 |
한국에서 온 버거씨 선물들 (13) | 2025.05.19 |
3주만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14) | 2025.05.18 |
대부도에서 찾은 발리 (7) | 2025.05.16 |
나 생일 선물로 명품백 받았다. (21) | 2025.05.15 |
프랑스인들의 부활절 (4) | 2025.05.08 |
공항의 이별 (16) | 2025.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