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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마흔 넘어 생일파티를 손꼽아 기다리다니

by 요용 🌈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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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는 오래전부터 본인의 집으로 알마와 에리카 커플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러다 며칠전 갑자기 버거씨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 
 
"우리집에서 네 생일파티를 여는건 어때?" 
 
아...! 감동이 몰려온다. 
 
어릴적 친구들 생일 파티에는 다 초대받았어도 내 생일 파티는 한번도 못해봤다고 몇년간 엄마한테 조르고 졸랐었다. 그랬더니 6학년때 딱 한번 엄마가 집에 생파상을 차려주셨다. 그때 정말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날이었는데... 버거씨가 날 이렇게 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친정엄마한테 꼭꼭 자랑해야지... ㅡㅡ;  
 
"메인은 네가 좋아하는 메뉴로 정하자. 필요한 재료를 알려주면 내가 미리 장 봐 놓을게." 
 
우리가 정한 메인 메뉴는 한국식 바베큐.
테이블 가운데서 굽지는 못하고 밖에서 버거씨가 혼자 그릴에 굽는걸로. 가위로 잘라서 쌈장넣고 쌈채소에 싸먹는 체험은 다들 좋아할 것이다. 내 친구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닭고기랑 소고기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버거씨는 누나와 어머니댁에 차례로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먹은 케이크들이 너무 맛났었다며 디저트로 비슷한 케이크를 직접 구워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아니야 괜히 너무 고생하지마. 그냥 알마한테 디저트 만들어오라고 해도 돼." 
 
내 말에 버거씨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내가 알아서 다 준비할거야. 네 생일이잖아. 샴페인, 치즈랑 디저트까지 다 내가 할 거야. 넌 기대해도 좋아." 
 
그 말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 진짜 너무 행복하다. 당신은 어쩜 이렇게 다정할까.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이 될 것 같아." 
 
"이게 뭐 별거라고..." 
 
"완전 대단한거야. 그러니까 내 생일 선물은 따로 준비하지 말아줘. 이미 최고의 생일 선물이야." 
 
버거씨는 덩달아 촉촉해 진 눈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말했다. 
 
"이건 진짜 별거 아니야. 너한테 내가 해줄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닌게 아니라 내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버거씨는 5성급 호텔 스파도 진작에 예약을 해 둔 상태이다. 
 
이틀간 고민하던 버거씨는 결국 엉트레로 비비고 만두를 구워서 낼거라고 했고 (마트에서 1+1이었다며 여러봉지를 사왔단다ㅋ) 디저트로는 딸기+ 라즈베리에 아이스크림, 휘핑크림, 견과류등을 얹어서 낼거란다. 며칠동안 디저트 만드는 연습을 한다며 사진을 계속 보내왔다.
 


 
거기다 샴페인 두 병이랑 치즈도 샀고 생일 케이크도 살거란다. 그냥 며칠내내 생일파티 메뉴만 생각하는 사람같았다. 
진짜 6학년때 엄마가 내 생일상 준비때문에 며칠동안 고민고민하시던 모습이 겹쳐진다. 
 
"그날 네 친구들, 아니지, 우리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액티비티도 고민해 봤어. 재미있는 보드게임도 몇 가지 찾아냈고... 날씨만 허락한다면 동네 주변을 함께 산책하는것도 좋을것 같아." 
 
역시 계획이 다 있는 버거씨.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항상 나를 위해 애써주고 집에도 자주 초대해 준 내 친구들을 이제 우리 버거씨가 자신의 친구들이라며 신경써 준다.  
 
"그날은 내가 주인공이네?" 
 
"당연하지. 널 위한 날이야."
 
아 정말 신난다. 
 
마흔 훌쩍 넘은 나이에 생일파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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