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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어쩌다 이 머나먼 나라에서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by 요용 🌈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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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친구들이 도착했다~~

 

버거씨네 현관벨을 듣고 내가 이렇게 신나게 달려나가보긴 또 처음이네. 

에리카 마이크 엘라 알마 스테판- 우리 커플까지 총 7명이 모였다. 

 

다들 동네가, 집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고 버거씨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친구들이랑 버거씨네 집에서 샴페인 잔을 부딪히는 날이 오다니. 나 벌써 너무 신났다. 

 

술을 안마시는 엘라와 늦둥이 임신중인 알마는 버거씨가 준비한 유기농 레몬티를 마셨다. 

 

"풍선 장식 너무 예쁘다." 

 

"응 서프라이즈라더니 어제 저녁에 내가 다 불었잖아ㅋㅋ 누굴 위한 서프라이즈냐고ㅋ" 

 

"아ㅋㅋㅋ 근데 저 44숫자는 너무 큰거 아니야? 들어오자마자 저거밖에 안보였어 ㅋㅋㅋ" 

 

"어, 나도 순간 얘가 벌써 44살인가 하고 흠칫했잖아."

 

여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동안 남자들은 자전거랑 인테리어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고, 버거씨가 내 친구들이랑 친해진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다. 

엉트레로 비비고만두 일단 맛보기- 

버거씨가 애끼는 레드와인을 꺼내왔다.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스테판이 역시 알아봐주어서 버거씨가 뿌듯해했음. 

 

실컷 수다를 떨다가 버거씨가 고기를 굽겠다고 혼자 밖으로 나갔다. 

퍽퍽살 뿐이지만... 한국인이 없으니까 이상한 걸 아무도 못느낌. 다들 그냥 맛있단다.  

그나마 양념에 재웠더니 꽤 부드러워졌다. 

사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쌈채소였다. 

 

버거씨한테 장보기를 전적으로 맡겼는데 내가 설명하는대로 잘 선택해왔다.

 

그중 바구니 왼쪽에 있는 초록색 잎야채는 오제이(oseille)라는 이름인데 버거씨가 꼭 맛보라며 사왔다. 처음 먹어본건데 맛이 정말 신선했다! 살짝 레몬향도 섞인것이... 어릴적 찔레맛이랑 흡사하기도 하고 (찔레 아는 사람?ㅋ) 아무튼 굉장히 프레쉬한 맛이었다!

 

 

나름 양파채 절임도 준비했고, 팽이버섯도 양파랑 같이 구웠다. 

 

"자 여러분 일단 손을 먼저 씻고오세요. 한국식으로 손으로 쌈을 먹을거니까~" 

 

다들 줄을 서서 손을 씻고 돌아왔을때 내가 쌈싸는 시범을 보여줬다. 쌈을 여러장씩 이렇게 겹쳐서, 고기 쌈장 야채 밥 넣고... 

 

"꼭 한 입에 다 먹어야 돼! 잘라먹는 사람 있는지 내가 살필거야!" 

 

하지만 현실은 다들 내 눈치를 보면서 몰래 잘라먹기 바빴음ㅋㅋㅋㅋ 눈 마주칠때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는 친구들ㅋㅋㅋ 다들 내가 한 입에 저 큰 쌈이 들어가는지 지켜보다가 진짜 내 입에 한번에 들어가는 걸 보고 놀래기도 했다.

 

"니네도 할 수 있어!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안되는거야!ㅋㅋ"  

 

다들 나더러 무섭다면서 장군마담이란다. 

 

"이 자리에는 백작 부인도 와 있는데 마담 제네랄이 뭐라고..." 

 

내 말에 쌈을 입에 크게 넣던 알마가 제일 크게 빵 터졌다. 다들 웃을때 버거씨가 나한테 자초지종을 물었고, 내가 설명해 주었다. 그녀와 스테판은 남부 작은 마을에 샤또를 구매한 후 자칭 백작부부가 되었다고 말이다. 

 

"요즘에도 그 마을에 7가구만 살고 있어?" 

 

"아, 최근 인구가 늘었어. 이제 11가구나 돼!" 

 

와 이제 그 마을 너무 붐비겠네ㅋㅋ

알마와 스테판은 마을 주민들의 모든 이름을 다 외우고 있었고, 알마는 심심할때마다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주민과 차들에게 손을 흔든다고 했다.

 

다들 진짜 맛있게 먹었다. 

 

"이거 정말 맛있다! 야채도 많이 먹을수 있고 너무 좋은 생각인것 같아. 집에가서 꼭 해봐야겠어." 

 

외국인들이라 역시 쌈싸는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음.

젓가락을 사용할 때랑 손을 써야할 때가 뒤죽박죽 헷갈리는 모습들 ㅋㅋ 

근데 놀랍게도 고기는 물론이고 저 많은 야채를 거의 다 먹어치웠다는 사실이다. 야채 서너 조각만 남기고 몽땅 다 먹었음!! 양이 진짜 많았는데... 

 

다들 출신국가도 다르고 (카자흐스탄, 독일, 필리핀, 핀란드+영국, 프랑스, 한국) 연령도 다르지만 한자리에 모이면 그 다양성으로 인해 더 풍성하고 유쾌한 대화가 오간다. 어쩌다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생일 축하를 받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몇번이나 큰소리로 웃음이 터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버거씨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잠시 후 버거씨가 치즈를 내 왔다. 

아직 파티가 끝나려면 멀었답니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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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골 샤또를 구입하고 백작부인이 된 내 친구.

프랑스 시골 마을 깜찍한 고양이들과의 만남.gif

프랑스 부르고뉴 어느 샤또의 안주인이 된 기분

전동 킥보드로 부르고뉴 포도밭 사이를 질주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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