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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지금 당장 행복하기

by 요용 🌈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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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가 낭시로 오는 토요일. 
 
평소처럼 버거씨는 정오에 시장에 바로 도착해서 점심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서 내가 사주는 닭강정을 먹은 후 혼자 서점도 가고 볼 일을 보다가 오후 네시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날씨가 너무 좋다! 
희한하게 이 동네는 정오나 이른 오후에 가장 더운게 아니라 오후 4-5시에 낮 최고기온의 정점을 찍는다. 
 
"오늘 뭐하고 싶어?"
 
버거씨의 질문에 나는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끼면서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테라스에 가서 시원한 걸 마시자!" 
 
"나도 딱 그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갔다. 
버거씨는 얼음을 넣은 아이스티를 마셨고 나는 빠나셰(맥주+복숭아맛 아이스티)를 마셨다. 
 
천국이 따로 없구나. 이게 천국이지. 
눈부신 광장.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시원한 그늘에서 마시는 달콤한 빠나셰. 
 

 
"우리 이거 다 마시면 뭐 할거야?" 
 
버거씨가 또 묻는다.
뭔가 내 표정에서 계획이 다 있어보였나보다. 사실이 그랬음. 오늘 버거씨를 위해 내가 준비한 게 있지. 
 
"오늘 저녁에 꽤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해놨어. 저녁 7시라서 일단 여기서 여유롭게 이걸 마시다가 집으로가서 나 옷 갈아입고 가자." 
 
 
잠시 후 나름 예쁜 원피스로 갈아입고 올드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손잡고 걸어가는 길. 
한국에서 1킬로 쪄서 왔는데 원피스가 타이트해서 신경이 좀 쓰이네. 
 
"나 괜찮아?" 
 
내 질문에 버거씨가 한숨처럼 웃음지으며 말했다.
 
"엄청 엄청 예뻐. 문제는 지금 길에서 남자들이 너만 쳐다보잖아... 나는 아까부터 계속 의식하고 있다고..." 
 
그건 오바다ㅋㅋ 누가 본다고 그르냐ㅋㅋ 
그래도 기분은 좀 좋다.

우리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에 있다. Le comptoir St Michel. 
공작궁의 첨탑이 햇살을 받아 빛나게 서 있는 곳을 배경으로 한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단 레드와인 한 잔씩 들고 짠- 
아 날씨도 좋고 다 좋다~ 
 
내가 산다고 해서 따라온 버거씨는 생각보다 메뉴 가격이 높아서 살짝 놀래더니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걱정마. 이건 한국에서 당신한테 맛있는거 사주라고 용돈 주신 분들이 사는거야. 거기다가 더포크로 예약하면서 포인트로 50유로 할인 받았어ㅋㅋ" 
 
"100유로정도 나올텐데 할인 받아도 50유로나 되네. 그건 내가 낼게. 저번에 할머니가 돈 주셨다고 라멘도 벌써 사줬잖아, 오늘 낮에 점심도 네가 사줬고..." 
 
이건 다른 분들이 주신 용돈이라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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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레스토랑에서 전채요리를 하나씩 주셨다. 
비주얼은 좀 별로(?)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가스파초 비슷한 냉스프였다. 여름이 생각나는 시원한 맛이었다. 

동그란 그릇도 너무 예쁘다.
역시 프랑스 요리는 눈으로도 먹는다더니. 

엉트레로 주문한 푸아그라가 나왔다. 
생각보다 조각이 크고 푸짐했고 역시나 너무 맛있었다! 

빵 조금에다 푸아그라 듬뿍 올려먹기.
레드와인이랑도 너무 잘 어울린다. 
푸아그라를 먹으니 오늘은 파티구나. (크리스마스가 아니면 먹을일이 잘 없는 고급음식이랄까…)
 

메인으로 내가 고른 스테이크다. 나는 핏물 뚝뚝 떨어지는 레어를 좋아하는데 워낙 프랑스는 덜 구워주니까 그냥 미듐레어로 시켰더니... 한국식 미듐레어가 나왔네. 다음에는 그냥 레어로 주문해야겠다. 

그래도 맛있었다. 

버거씨가 주문한 요리. 송아지 콩팥이라던가…?
하나 집어먹어봤는데 영 내 스타일이 아니다. 버거씨는 맛있단다. 
 
"이런건 아무데서나 먹어볼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니까~" 
 

식사가 다 끝나가는데 여전히 밝다. 
낮이 길어지니 너무 좋다. 정말 여름이 오나봐~ 

후식으로 주문한 딸기 타르- 
나는 딸기 타르트인줄 알았는데 그냥 위에 아이스크림이 얹어나오는거였구나. 
그래도 이미 배가 부른데 상큼하게 입가심하기는 좋았다. 
 
버거씨는 결국 우기면서 본인이 남은 50유로 가량을 계산했고 나는 고집스럽게 버거씨 계좌로 그 금액을 바로 이체해버렸다.
이건 내가 사는게 아니라 더포크랑 한국 친구분들이 사주시는거라고~ 
 
 

식사 후 우리는 저무는 노을을 만끽하며 올드타운을 산책했다. 

저 멀리에 달이 떴네. 
주말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테라스마다 북적인다. 

 
버거씨한테 받은게 많아서 틈틈히 조금씩 보답하고 싶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만큼 나도 당신 행복하게 해 줘야지. 
 
행복은 선택이라고 하더라.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순간순간 행복을 만끽하고 살기로 한 순간부터 내 삶이 가벼워졌다.
 
우리 모두 지금부터 당장 행복해지기로 해요!
 
응원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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