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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축제다
공원을 조금 걷다보니 놀이터가 나왔다.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길래 해를 등지고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아, 우리 샌드위치 먹을까?

샌드위치 짠~!
평소 참치 샌드위치를 즐기는 나이지만 이 집 잠봉베르 샌드위치 잘하더라. 버거씨가 오늘은 참치 샌드위치를 골랐다.
평화로운 풍경과 따뜻한 햇살 맛있는 샌드위치까지.
행복한 일요일 오후다.
문득, 눈앞에 도르래줄이 길게 있길래 "저건 뭐지?" 하고 무심코 내가 물었다.
"아 저거?"
버거씨가 샌드위치를 먹다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거를 몰라? 내가 타는거 보여줄게! 하하"
어린애처럼 신나게 달려가더니 나무 발판위로 훌쩍 뛰어올라가 줄을 잡고 자세를 잡는 버거씨.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윳후~!" 하면서 줄위에 매달려 뛰어내리는 중년 아저씨.

으아 진짜 탄다고?
그거 어른은 타면 안될거같은디...
나 조금 챙피해질라고 해.
그러거나 말거나 버거씨는 신나를 비명을 지르며 도르래 줄을 타고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오! 진짜 잼써!! 이제 네 차례야!
시러...
재밌자나~!!
나는 안탄다는데 자꾸 조른다.
재밌다니까~ 한번만 타봐~ 아앙~~ 한 번 마 안~~~ 따악 한번만 타 봐~~
하아...

결국 나도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나무 발판에 올라갔다.
머쓱...
그래도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

여기 위에 앉으라고?
줄이 짧아서 안되는데?
그냥 확 뛰어내리란다.
그래서 머쓱하지만 줄위에 앉으면서 뛰어내렸다.

꺄~~!! ㅋㅋㅋ
비명이 절로 나오네ㅋㅋㅋ

아 이게 비명이 절로 나오는거였구나. 버거씨가 비명 지를때는 좀 챙피했는데ㅋㅋ
결국 너무 잼나서 한 번 더 탔다.
내가 비명지르고 좋아하니까 버거씨도 같이 웃었다.
"거봐 내가 재미있다고 했잖아ㅋㅋ"
두 번 타고나서 또 탈라고 갔더니 남자 꼬맹이가 나무 발판 위로 기어 올라가는게 보였다. 우리가 타는걸 보고 멀리서 달려온 모양이다. 줄을 남자애한테 쥐여준 후 우리는 다시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지만 남자애는 키가 작아서 못타고 다시 내려옴. 꼬맹이들한테는 아직 좀 버거운가보다. 너도 마흔 쯤 넘으면 우리처럼 잘 탈 수 있단다ㅋㅋㅋ

잠시 후 우리는 잔디밭위에 노란색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버거씨는 낮잠에 빠졌고 나는 간식을 먹으며 책을 마저 읽었다.
내가 또다시 정독중인 이 책, '될 일은 된다'를 쓴 마이클 싱어가 말하는 삶을 내가 제법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에 대한 걱정은 잊고 삶이 던져주는 순간순간의 기쁨에 크게 감사하며 살고 있는 요즘.
내가 지나야 했던 그 캄캄했던 터널은 그저 이 빛을 만나기 위해 필요했던 여정이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잠시 후 꿀잠에서 깨어난 버거씨가 한국어 공부를 하자며 두꺼운 책을 꺼내들었다.
"일단 책을 펼치기전에 지난번에 내가 가르쳐 준 가나다라송을 먼저 불러봐."
내 요청에 버거씨가 망설임없이 혼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마바라 나다사~ 아차캬퍄탸햐..."
아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니 내가 안 웃고 베기냐고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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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불러주는 자장가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버거씨
류마티스 관절염, 약 끊은 지 2년차입니다.
최고의 아빠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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