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형 타입인 버거씨는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에는 뭘 할지를 궁리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버거씨.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생각해보니까... 낭시에 아직 당신이 모르는 공원이 한군데 더 있어. 전망도 좋고 마음에 들거야. 샌드위치사서 피크닉가지 뭐."
"아! 그럼 우리 거기서 한국어 공부도 하자! 책 가져가야지~"
아침 일찍 버거씨는 혼자서 올드타운에 있는 최애 빵집에 가서 샌드위치 두개를 사왔다.
물, 간식, 책, 돗자리 등 가방 가득 챙겨서 공원으로 출발~
프랑스어 수업 들을때 선생님따라서 이 공원에 두번을 왔었는데 매번 이 가파른 계단때문에 애를 먹었다. 내 발로 직접 버거씨를 데리고 이곳에 오다니... ㅡㅡ;
계단을 점점 높이 오를수록 버거씨는 신이 났다.
예쁜 집들도 많고 전망도 좋아서 버거씨가 좋아할 줄 미리 예상했다.
나만 힘드렁... 헉헉...
그때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나르듯이 가볍에 뛰어올라오는 엘라!!
너 나 스토킹좀 그만 할래? ㅋㅋ
어느 공원에 가던지 그녀를 쉽게 만나게 된다.
이곳에 오늘 에라스무스(유럽 학생연합?) 모임이 있어서 왔단다. 짧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그녀는 늦으면 안된다며 날개 달린 듯 다시금 계단을 총총 가볍게 뛰어 올라갔다.
헐... 나만 힘들지...
힘겹게 계단을 올라 마침내 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혔다.
낭시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치!
어때? 좀 멋지지?
오래전 요양원같은 시설이었는데 지금은 예술학교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에 대해서 버거씨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아 일단 나는 좀 저기 앉아서 쉴래.
우리는 나무그늘 벤치에 나란히 앉아 눈앞에 펼쳐진 낭시의 전경을 한동안 감상했다.
"이 공원 너무 멋지다! 아직도 낭시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이곳에 나를 데리고 와 주어서 너무 고마워!"
이런 사소한 일에도 버거씨는 크게 감격한다.
"응... 저 계단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스스로 당신을 이곳에 데리고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오길 잘했네."
"너랑 함께있으면 매일 매일이 축제야! 너무 재미있어!"
ㅍㅎㅎㅎ
아닌게 아니라 주말마다 나와 뭔가 다양한 체험을 하길 원하는 버거씨 덕분에 나도 덩달아 활력이 생기는 중이다.
항상 똑같은 루틴을 반복하던 내 일상이 버거씨를 만나고나서 다채로워졌다.
솔직히 가끔은 귀찮고 집에서 뒹굴고 싶지만 버거씨를 따라서 주말마다 이렇게 막상 나오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아,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보다 작지만 새로운 경험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이 뇌를 젊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우리 잘하고 있는것 같아."
"너랑 함께 있으면 나는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 그렇구나.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우리는 가져온 책을 각자 꺼내서 읽었다.
한국에서 소장용으로 사온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
전자책으로 한 번 읽고 영문판으로도 읽던 중이었는데 종이 책으로 다시 읽으며 내용을 복기하니 너무 좋다. 이 책은 읽고 또 읽으며 가슴에 새겨야지.
우리는 이제 적당한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샌드위치도 먹고 한글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음... 그러게.
공원에서 피크닉하고 독서하는 게 이렇게나 재미날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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