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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너무너무 즐거웠던 내 생일 파티 2부

by 요용 🌈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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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머나먼 나라에서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메인 식사가 끝난 후 버거씨가 바게트와 함께 치즈를 꺼내왔다. 

 
하얀꽃처럼 생긴 이 치즈 정말 맛있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 

알마는 임신때문에 레드와인을 못마셔서 이따금씩 스테판의 잔을 가져가서 냄새만 맡았다. 그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ㅋㅋ
 
스테판은 버거씨네 두 아들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딸 둘 키우면서 정말 힘들었거든. 아들 키우기는 훨씬 쉬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구나." 
 
버거씨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고 내가 스테판에게 말했다. 
 
"딸들 사춘기때 정말 힘들었겠다. 근데 그걸 이제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네? 셋째 막둥이 딸이 생긴 소감이 어때?" 
 
내 말에 스테판이 신음같은 웃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알마가 먼저 대답했다. 
 
"요즘 내 호르몬때문에 속으로 벌써 힘들어하고 있을거야ㅋㅋㅋ" 
 
스테판은 한번 더 신음같이 웃으며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ㅋ 
 
이미 장성해서 독일에 살고있는 두 딸들에게 막내 여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을때 그녀들의 반응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두사람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첫째딸은 정말 기뻐하며 축하한다고 했는데 둘째는 아무말이 없더라고ㅋㅋ 좀 놀랜것 같았어ㅋㅋ" 
 
아 그 심정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지난 몇년간 아이가 갖고 싶어서 그렇게나 집착했던 나였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지금, 이 두사람을 보면서 내가 자식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쁘고 축하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생에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살기로 했다. 알마네 막내가 태어나면 그때 또 대리만족 해야지ㅋ

 
바게트에 치즈랑 레드와인을 곁들이며 끊임없이 수다가 이어지고 있을때 버거씨가 제안했다. 
 
"오늘 디저트는 두가지가 있어. 산책을 한바퀴 돌고와서 케이크를 먹자고 제안하고 싶은데, 지금 첫번째 디저트를 먹는거 괜찮아? 딸기, 라즈베리에 아이스크림이랑 샹티크림 그리고 견과류를 섞을거야." 
 
다들 배가 불러서 대답을 망설일때 알마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좋은 생각인데?"
 
그 말에 다들 웃으며 동의했다. 
그래 배가 불러도 디저트 배는 항상 따로 있으니까~ 아, 알마는 2인분이구나 참. 
 
지난 며칠간 열심히 연습했던 디저트를 버거씨가 자신있게 준비했다. 

 
딸기, 라즈베리, 석류, 견과류에 아이스크림과 휘핑크림을 얹었다. 
 
가벼운 디저트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푸짐해서 다들 조금씩 놀랬지만 그대로 남김없이 싹싹 맛있게 긁어먹었다. 
 
자, 이제 소화를 시키러 산책을 나갈 시간입니다~ 
 
"여기 근처에 호드막이라고,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마을이 있거든. 그 마을까지 한바퀴 잠깐 돌고 오자구." 
 

버거씨랑 주말마다 걷던 길을 친구들이랑 같이 걷다니 기분이 묘하고 설렜다. 
 
말들을 볼때마다 나처럼 어김없이 인사를 건네는 엘라. 
 
아, 가는 길에 아기염소들을 만나서 다들 "우와~~ 귀엽다!" 하면서 난리가 났는데 알마는 눈길 한 번 안줬다. 아기 염소 봤냐니까 알마 왈 : "아기 염소가 왜?" ㅋㅋㅋ 알고보니 카자흐스탄에 널리고 널린게 아기염소란다ㅋㅋ
 

오전에는 화창하더니 오후에는 구름이 잔뜩 꼈다. 그래도 산책하기에는 딱 좋았다.

중세시대로 넘어온 듯한 마을의 모습에 친구들이 매우 좋아했다. 
 
엘라가 나한테 물었다. 
"이 동네 너무 예쁘다. 나라면 여기서 버거씨랑 같이 살 것 같은데 너는 여기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 질문을 들은 버거씨가 슬쩍 다가오며 내 대답에 귀를 쫑긋대고 있는게 느껴졌다ㅋㅋ 버거씨도 그 점이 매우 궁금했나보다. 
 
"여기 정말 아름답고 좋지. 하지만 대중교통이 없어서 차가 없으면 완전 고립돼 버려." 
 
"여기도 버스 있긴 있어. 하루에 한 대..." 
 
버거씨 말에 나랑 엘라랑 웃었다. 
 

마침 호드막에 정원 관련 소품과 꽃을 파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 백작부인 알마의 눈이 반짝반짝 거렸지만 아무도 현금을 들고 나온사람이 없어서 못샀다. 카드를 안받는다네; 물건값이 워낙 저렴해서 이해는 간다.

돌아오는 길에 남자들이 성에 딸린 정원 작물에 꽂혀서 한참동안 토론에 빠졌다.  

안오나봐... 그냥 우리끼리 돌아가자... 

친구들은 마을이 너무 예쁘고 평화롭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극찬했다. 
 
응 덕분에 나도 주말마다 이곳에서 힐링해. 
 

집에 돌아왔을때 버거씨가 생일 케이크를 꺼내왔다. 
생일초 숫자도 참 크구나. 나 마흔넷된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하려는 버거씨의 세심한 배려. 

다들 노래를 불러주었고 나는 소원을 빌고 초를 불었다. 
이 좋은 친구들과의 우정 오래오래 가게 해 주세요. 

와... 이 케이크 정말 맛있었다. 
맛있으니까 배가 불러도 또 들어가네. 
 
마지막 남은 한조각 더 먹을사람? 하고 물었을때 알마가 혼자 씩씩하게 손을 번쩍 들었다.ㅋ 그래 넌 2인분 먹어줘야지. 
 

 
친구들은 밤 9시가 다 돼서야 돌아갔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어 버거씨! 
정말 고마워~~~ 
그리고 먼 길 와준 친구들아 너무 고맙다. 
 
오늘 나 정말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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