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여름 날씨같더니 오늘은 갑자기 바람도 세차고 불고 날씨가 쌀쌀해졌다.
샌드위치와 음료 과일 간식등을 충분히 챙기고 옷도 든든하게 입은 우리는 트램에 올랐다.
재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던 낭시 트램이 드디어 이번 주말부터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바로 집앞에 트램 정거장이 있어서 너무 편리한데다 주말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두배로 좋군!
우리가 탄 트램은 버거씨가 일전에 한번도 가 보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언덕으로 하염없이 올라가는 트램에서 완전히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버거씨는 감탄했다.
"낭시가 아니라 완전 다른 도시에 온 기분이야! 이 동네도 정말 예쁘다. 낭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뷰도 너무 좋고 조용하고 평화로워!"
버거씨가 들뜨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여행자의 기분 장착.
"아직도 낭시에 내가 가 보지 못한 이런 멋진 장소가 있다니!"
그러게 말이다. 먼곳에 갈 필요없이 우리는 어느새 멀리 휴가를 떠나온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트램 종점에서 내린 후 10분 정도 걸어서 공원에 도착했다.
나는 먼저 낭시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 스팟을 보여주었다. 이 공원에서는 이렇게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뷰를 곳곳에서 목격 할 수가 있다. 알고보니 이 공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공원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도 예전에는 어느 샤또에 딸린 정원이었을거야. 정말 숲이 엄청 크다."
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저쪽에 있는 레스토랑이 예전 샤또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거라고 들었던것 같다. 물론 당시에 여러개 있었던 샤또 건물들 중 하나였겠지.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공원이건만 이곳은 올때마다 사람이 별로 없다. 버거씨는 그래서 이곳이 더 좋다고 했다.
"나 혼자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여기 조깅하러 올지도 몰라. 조깅하기 너무 좋을것 같아."
트램타고 잠깐 오기도 편하지. 조깅 추천!
잠시 후 알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냥 안부전화였는데 내가 지금 브라부아 공원에 와 있는데 너무 좋다고 자랑을 했더니 알마가 이렇게 말했다.
"스테판은 거기 바로 옆에 있는 대학교에서 일하면서 아직 나를 한번도 그곳에 데려간 적이 없었어. 스테판 졸라서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
"응 여기 진짜 강추!"
버거씨만큼 자연과 운동을 좋아하는 알마. 그녀도 분명 이곳을 좋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공원에는 승마 연습장이 있는데 때마침 이날 승마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우리는 한동안 앞에 앉아서 간식을 먹으면서 승마 시합을 구경하는 호사도 누렸다.
"아참, 여기 엘라도 자주온대. 엘라는 핀란드에서 어릴적부터 말을 돌보는데 전문가거든. 말을 사랑하는 그녀는 이곳에 와서 주말에 말을 무료로 돌봐주고 대신에 공원에서 말을 맘껏 타고 간대."
시합 중 낙마하는 참가자를 세 번이나 목격했다. 우리는 그럴때마다 저절로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승마는 생각보다 위험한 거구나...
우리는 공원 가장자리로 난 큰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 돌았는데 공원의 크기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중간을 가로지르는 숲길이 여기저기 미로처럼 나 있었는데 다음번에는 숲길도 걸어봐야겠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겠지?
버거씨가 생각보다 이 공원을 너무 좋아해주어서 기뻤다.
자꾸만 이곳에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버거씨.
"먼 곳으로 휴가를 가지 않아도 나는 주말마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야. 너를 만난 후 내 주말은 언제나 새롭고 즐거워!"
"사실 나야말로 당신이 없었다면 주말에는 외출도 안하고 집에 있었을거야. 나는 집에서도 온종일 재밌게 보낼 수가 있거든ㅋ 당신 덕분에 이렇게 주말마다 부지런하게 돌아다니게 된건데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네. 나오길 잘했어."
"우리가 지금은 비록 매일 함께 살고 있지 않지만 주말에 나는 너로인해 충전을 해서 평일까지 활기차게 보낼 수가 있어. 그리고는 항상 주말을 기다리지.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언제나 크리스마스야! 넌 세상에서 최고야."
"그럼 당신은 두번째로 최고"
주말마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체험을 해 보는것이 뇌건강 신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아주 특별할 것은 없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것 만으로도 큰 기분전환이 되는구나. 아, 사실 나에게는 새로운 장소가 아닌데 버거씨와 함께 오니 새로운 느낌이 드는구나. 익숙한 장소도 새로운 기분으로 즐기면 또 새롭다는 사실~
일상이 여행이 되는 삶.
바로 내가 원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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