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ire de Nancy가 올해도 돌아왔다.
놀이기구들과 먹거리들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 가격은 더 비싸고 인파는 더 북적이는 듯 하다.
버거씨와 저녁 식사를 한 후 산책 나왔다가 이곳을 한바퀴 돌았다.
"작년에 우리 여기서 범퍼카 탔던거 기억나? 내가 재미있어하는걸 본 당신은 얼마 후 유로파파크에도 데려가주었지."
"범퍼카 탈래?"
"아니 다 귀찮아. 저런 청룡열차들도 지금 내 눈에는 돈 내고 유린 당하고 있는 사람들로만 보여."
버거씨는 놀이기구를 볼때마다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번번히 다 거절했다. 대신 올해 유로파 파크에 한 번 더 가자. 청룡열차말고 놀이동산 자체가 나는 좋다. 꿈과 모험이 있는 화려한 공원~
올해는 정말 규모가 더 큰 듯 하다.
저 거대한 놀이 기구들은 어떻게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다닐 수가 있는 걸까.
아무튼 나는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젊을땐 나도 저런거 좋아했는데. 스릴도 좋고 비명지르는것도 좋고 말이다. 지금은 그냥 어지럽다. 비싼돈 내고 왜 기계가 나를 마구 집어던지고 흔들게 하는건지... 나도 늙었나보다. (그렇게 말하기엔 쉰넘은 우리 버거씨는 여전히 청룡열차를 좋아하는데... ?)
걷다보니 통로에 길게 돼지 통구이를 굽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그 옆으로 어마어마하게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 나 이거 들어봤어. 검은곰 레스토랑! 야시장에서 이건 꼭 먹어보라고 하더라. 유명한 집이래."
신나게 아는척을 하고 있었는데 버거씨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아있었다. 길가에 통구이로 구워지는 수많은 어린 돼지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응 어린 돼지를 통으로 굽는 장면은 좀 그렇지...?;; 필리핀에서도 길가에 이렇게 아기 돼지를 굽는 장면은 심심찮게 목격되거든. 솔직히 맛있기는 해;;"
한쪽에서는 수십마리의 (혹은 백단위일수도) 아기돼지들이 꼬챙이에 통으로 꽂혀서 불타고 있는데 한쪽에선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며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버거씨는 잔인하다고 말했다.
"나도 고기 좋아해. 하지만 이 모습을 보니 좀 거북하다. 저기 너무 까맣게 타서 먹지도 못하고 재가 된 돼지들도 보이지? 한달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돼지들이 희생되는걸까."
실제로 그랬다. 바쁜 직원들이 일일이 살피지 못해서 그대로 재로 변해버린 돼지들이 있었다.
레스토랑 안에서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통고기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썰어먹고 있었다.
"오... 저렇게나 많은 양을 주니까 사람들이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잖아."
나는 버거씨가 더 슬퍼지기 전에 얼른 팔을 이끌고 바베큐 골목을 빠져나왔다.
뒤늦게서야 버거씨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말했다.
"오 미안해.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지. 네가 먹어보고 싶다면... 내가 저기 예약할까?"
야 그런 소릴 듣고도 내가 먹고싶다고 하겠니ㅋ
우리는 둘 다 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봐도 오늘 본 건 좀 과한 장면이기는 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동물의 처지에 공감할 줄 아는 버거씨라서 나는 더 좋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없어. 오히려 나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겨서 좋아.
앞으로도 우리 솔직한 토론 자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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