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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by 요용 🌈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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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조촐하지만 화기애애한 파티를 하던 날 우리는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바로 '구걸인들'이었다. 

 

우리집 뷰가 너무 좋다며 창밖을 내다보던 엘라가 문득 말했다. 

 

"저기 ATM기계앞에 앉아서 구걸하는 아랍인 여자보이지?" 

 

"알지. 맨날 봉쥬! 싸바? 이러잖아." 

 

"응, 맞아. 하루는 젊은 남자 세명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ATM에서 현금을 뽑았다? 그런 후에 그녀에게 돈을 좀 줬나봐.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는 대신에 뭐라고 말한 줄알아?"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어?" 

 

"나도 내 귀를 의심했어. 돈을 주지 않은 나머지 두 남자한테 너희도 가서 돈 뽑아와라- 이런거있지! 나 진짜 깜짝 놀랬어. 저 여자는 출근하듯이 맨날 똑같은 시간에 나오는거 알지. 그냥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세상 착한 엘라가 혀를 찰 정도였으면 말 다했네. 

 

맨날 지나가는 행인들한테 '봉쥬! 싸바?' 이렇게 크게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는 창문을 열면 우리집까지도 들려온다. 

 

작년부터 시내 중심에 살고 있는 나는 점점 더 구걸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것을 체감하고 있다. 마트나 빵집앞에는 아랍인들이 한 명씩 앉아있고 길에는 걸어다니면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약에 취한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고 행색이 남루하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다. 

 

"나는 여기 기차역 앞에서 약에 취한듯한 남자가 와서 구걸하면서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실례합니다 마담, 저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칫솔인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악 칫솔은 예상못했다ㅋㅋㅋ 

약에 취해서 혼자 제자리를 빙빙도는 사람은 본 적 있다. 그걸 보고 버거씨랑 둘이 어찌나 웃었던지. 


나도 내 경험을 들려주었다. 

 

"전에 살던 우리집앞에 와플가게 기억나? 거기 와플이 하나에 4유로나 하거든? 지날때마다 냄새는 너무 좋은데 비싸서 나는 도저히 못사먹겠더라. 근데 그 앞에서 어떤 여자가 작은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이런다? '실례합니다 마담, 제가 배가 너무 고픈데요, 와플 사먹게 돈 좀 주실수있나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대답이 바로 나오지도 않았어. 나도 비싸서 못사먹는 와플인데! 가죽재킷에 멋드러지게 스카프까지 메고 나보다 더 잘 차려입었으면서!"

 

"ㅋㅋ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생각같아선 저도 와플 정말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기가 막혀서 그냥 미안하다고만 대답하고 말았어." 

 

"ㅋㅋㅋ 우리도 이래볼까? 마담, 와인이 마시고 싶은데 한 병 사게 돈 좀 주세요...ㅋㅋ" 

 

 

SK는 아침에 오다가 한 남자가 동전 좀 달라고 하길래 지갑을 꺼내서 동전을 찾고 있었단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갑자기 "지폐 주셔도 돼요." 라고 말해서 지갑을 도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우리가게로 구걸한 동전을 잔뜩 가져와서 지폐로 바꿔달라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일전에는 바꿔주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다 거절한다. 왜냐면 10유로치라고 해서 받아서 세어보면 꼭 돈이 조금 모자란다. 모자라는 돈은 동정심으로 채워서 10유로 지폐로 바꿔주길 바라는것이다. 거절했더니 울랄라~ 고작 10센트 부족한건데!! 정없다는 식으로 말하길래 이제는 아예 지폐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말해버린다. (혹시라도 혼자 있을때 돈통 열었다가 지폐뭉치를 본 구걸인이 변심해서 봉변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은가!)

 

어느날 우리 가게 팁통을 도둑맞은 적이 있는데 며칠 후 문이 닫힌 우리가게를 기웃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사라진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시장앞에서 구걸하는 남자였다. 괜히 의심이 가는데... 

 

아무튼 요즘 거리를 다니면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아져서 저녁에 혼자 외출하는게 꺼려진다. 약에 취한 사람들은 밤에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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