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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오랜만에 돌아온 친구

by 요용 🌈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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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화장실에 갔다 돌아왔더니 우리 가게 테이블에 한 동양인 여성이 앉아있는게 먼발치에서 보였다.

옆모습이 낯이 익은데 내가 아는 손님인가? 

 

갑자기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앗 저게 누구야~!

 

"알마!!"

 

알마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감격의 상봉을 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작년 11월인가 카자흐스탄에서 연말을 보내고 오겠다고 가더니 연말과 연초가 지난 이제서야 프랑스로 돌아온 것이었다. 

 

"버거씨가 너 언제 돌아오냐고 몇 번이나 물어본 줄 알아? 네 소식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하더라." 

 

내 말에 알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사실 놀라운 소식을 가져왔어." 

 

소식을 듣기도 전인데 왜 내가 소름이 돋지? 나는 벌써부터 놀라고 기쁜 표정으로 그 소식을 짐작해보았다. 

 

"혹시 프랑스에서 교수직 제안받았어?" 

 

알마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일자리가 아닌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거지. 알마의 최근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자리였는데... 

 

그때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 임신했어." 

 

헉! 이래서 내가 소름이 미리 돋았나보다. 정말 기쁨의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의 임신소식은 어쩐지 나를 약간은 씁쓸하게 만들곤 했었는데 알마의 임신소식은 나를 진심으로 감격시켰다. 그녀의 맘고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핑글 돌기까지했다. 

 

"나 지금 2개월이야. 헤헤" 

 

이래서 못돌아오고 있었구나. 

 

처음부터 이것때문에 카자흐스탄에 갔던거라고 한다. 스테판과 같이 들어갔다가 스테판은 일찍 프랑스로 돌아왔고 알마 혼자 남아 인공수정을 진행했는데 2차때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잘 안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말 해줄 수가 없었단다. 

 

알마는... 출산 예정인 가을이 되면 만으로 46세가 된다. 아 진짜 조심해야겠다... 물론 그녀의 체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걸 잘 알지만 그래도 염려된다. 뭐 그녀가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옆에서 격려하고 응원해주면 되는거지. 

 

그녀는 이 기쁜 소식을 나에게 먼저 알려주려고 달려온거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한테는 내가 말 하지 않을거야.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까 나의 소박한 아파트로 너희를 초대해야겠어. 너의 임신도 축하할 겸 말이야! 그때 다른 친구들에게도 네가 직접 이 기쁜 소식을 들려줘! 

 

그녀의 얼굴이 더 빛나는 느낌이었다. 웃는 얼굴이 햇살처럼 환했다. 

 

이제 일자리 때문에 마음고생 안해도 되겠다. 주말마다 지금처럼 화상으로 카자흐스탄 학생들 강의해 주고 나머지는 너의 미래 딸에게 (이미 장성한 두 딸이 있는 스테판에게는 아들이 더 좋았겠지만 알마는 딸이라서 너무 좋단다.) 집중하면 되겠다. 정말로 잘 되었어. 나는 진심으로 기뻐. 그녀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내가 이렇듯 진심으로 누군가의 임신소식에 기뻐하고 축하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지 몰랐다. 내가 이제는 정말로 자식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단순하고 행복한 삶에 오롯이 집중할 준비가 된 듯하다. 이 상태를 깨달을 수 있게 해 준 이 소식이 알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기쁘고 감사하다. 

 

주변에 기쁜일이 연속으로 생기는것 같다. 그 기쁨들을 내가 함께 나눌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이었다면 내 마음의 이런 평화를 상상도 못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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