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룩셈부르크 작은 마을 축제 현장

by 요용 🌈 2025. 4. 13.
728x170

버거씨는 나와 오후 산책을 하기 위해 룩셈부르크 어느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나를 데리고 갔다. 

 

모젤강과 빈야드가 길게 펼쳐진 Rémich라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했을때 분위기가 심상치않았다. 시끄러운 댄스음악이 온 동네에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거기다 온 마을 전체에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어서 차를 주차할 공간을 찾지못해 몇바퀴나 뺑뺑 돌아야만 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포도밭에 주차를 했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게 뭐지... 사람들이 대로변에 길게 늘어서서 음악소리에 맞춰 흥겹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짜고짜 우리에게 빵 가방을 내밀면서 집어 먹으라고 권하는 친절한 언니들도 있었고 팝콘을 무료로 나눠주는 아저씨도 있었다. 

다들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은데... 

곧 뒤에 뭔가를 매단 트랙터 한대가 또다른 댄스음악을 크게 울리며 다가왔고 사람들이 열광했다. 퍼레이드구나!! 

음.. 딱히 대단한 행렬은 아니었다. 트랙터 뒤에는 뭐가 있을까 큰 기대를 하며 기다렸는데 그냥 장작이 잔뜩 쌓여있었을 뿐이었다. 뭐지...

따라오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주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사탕때문에 열광하는건 아닐텐데.. ㅡㅡ; 

 

"앗 저기에 왕이 있어!"

 

성별과 세대 상관없이 코스튬을 입고나와서 하나가 되어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하! 저 남자는 자기가 마실 음료를 넉넉히 준비해 왔네!" 

 

우리는 어느새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버거씨가 제일 많이 웃음 코스튬은 바로 이거다. 커다란 먼지털이가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ㅋㅋ

그리고 내가 제일 많이 웃은건 이 사람들이었다. 

시선을 뗄수없는 형광색... 볼록배에 민망한 엉덩이들ㅋㅋ 여자도 있음ㅋ

공주의상을 입은 털복숭이 건장한 오빠들도 여럿봤다. 

아, 이 사람이 지나갈 때 우리 둘 다 빵터졌는데 친절하게도 다시 뒤돌아서 우리를 바라봐 주셨다ㅋㅋ 우리 둘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탄사를 보냈다.

퍼레이드 차량들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언제나 앞부분은 트랙터나 농사트럭이었고 뒤에 화물칸에는 딱히 특별한것도 없이 음악소리만 요란했다. 사탕등을 던져주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와인 농장들인것 같아. 자체적으로 트럭등을 개조해서 퍼레이드를 준비해 온 거지. 매년 하는 행사인듯 해. 카니발처럼 말이야." 

 

버거씨의 설명을 듣고나니 뭔가 의문이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한두해 이어져 온 전통은 아닌듯해. 아주 오랜세월 반복해 온 듯 하지? 주민들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어." 

이 트럭은 진짜 환경미화원인줄 알았는데 이것도 퍼레이드였다ㅋ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점이 가장 좋아보였다. 한마음으로 온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 

아이들이 살짝 부러웠다. 

내가 어릴 적에도 이런 마을 전통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 말이다. 

아빠 사자에게 안겨있는 아기 사자. 

공주들도 있었다. 

다양한 의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퍼레이드 현장을 벗어나게 되었고 마침내 우리는 한적한 모젤 강변을 잠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아 물론 음악소리는 여전히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들이 얼음처럼 가만히 앉아있네.

너네도 놀랬구나? 아니면 실컷 즐기고 와서 지친거니. 

 

유럽은 작은 마을에도 이렇듯 온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있어서 참 좋은것 같다. 코스튬에 진심인 주민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프랑스 중세마을 축제에 다녀오다

낭시 문학박람회. 작가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멋진 행사였다.

아이들도 함께 즐기는 프랑스 마을축제 현장

바가지없는 프랑스 마을축제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