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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마을 축제에서는 볼거리가 정말로 많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먹거리 볼거리가 이리도 알차다니!
플람키쉬와 아이스크림등으로 배를 채웠을때 버거씨는 게이트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갔다.
게이트 밖에도 뭐가 있나?
알고보니 게이트 밖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성안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구만...
길게 늘어져있는 막사앞에서 큰 솥에다 요리를 하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꼬맹이가 지나가다말고 그게 뭐냐면서 다가갔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안타깝게도 나는 못알아들었지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좋겠다... 프랑스어를 잘해서...
무기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갑옷과 무기를 내려놓고 막사안에서 쉬고 있는 병사도 있었다.
그때 우리 눈을 잡아끄는 장면이 있었으니...
막사앞에 병사(마네킹)한명이 피를 흘리며 누워있네?
나는 그걸 보고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적군을 고문하는 곳인가봐."
내 말에 버거씨가 빵터졌다.
"고문기구가 다양하군..."
무시무시한 장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걸 보고 나는 또 한차례 버거씨 귀에다 속닥거렸다. 혼자만 웃으라고...
우크라이나에서 왔다는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는 이 분은 사실 고문담당이 아니라 본인을 이렇게 소개하셨다.
"저는 전쟁중에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우리 버거씨는 기거이 중세 의사선생님께 내가 한 농담을 들려드리고 말았다. 얘가 여기는 고문하는 곳이냐고 했대요~
저 분은 지금 전쟁중 급하게 머리를 수술할때 두개골을 뚫는(?) 장비를 설명하고 계시는 중이다 ㅡㅡ;
"이걸로다가 머리에 갖다대고 요러케 요러케 돌려서 두개골을 똬악..."
무시무시한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해주시는 중이다.
관광객들은 모두 돌아가고 의사샘은 나와 버거씨를 위해 다양한 장비들을 보여주셨다. 우리가 열심히 경청했더니 좀 신나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전쟁터에서 수술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한게 뭘까요?"
이 질문에 버거씨가 자신있게 혈액이라고 대답했는데 중세의사샘은 잠시 당황하신듯 숨을 고르시더니 정답은 붕대라고 하셨다.
"피가 많이 나는 병사들을 지혈하기위해선 많은 붕대가 필요해요. 여기 가죽자루에 담긴 것들은 당시 붕대 대신에 전쟁터에서 사용하던 것을이예요."
"이건 양털인가요?"
"네, 맞아요. 양털이면 아주 좋은 대체제이지요. 각종 동물털을 썼어요. 심지어 이 머리카락 보이시나요? 적군의 머리카락으로 피를 닦기도 했어요."
음... 머리카락이 흡수가 안되는데... 금발이라 다른가...
저 바늘은 살을 꽤맬때 쓰던거라고 하셨다. 가죽에 친히 찔러서 시연을 해 보여주셨다.
나는 이제 들을걸 다 들었는데 우리 투머치토커 버거씨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마치 우등생 학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중세 의사선생님도 버거씨와의 대화를 꽤 즐기는 듯 했다. 투머치토커와 투머치토커가 만났구나...
초반에는 나도 꽤 열심히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류의 전쟁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비교하는 단계가 왔을때 나는 이러다가 해 떨어지겠네 싶어서 어떻게 두 사람의 대화를 중단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인류가 전쟁을 멈출 일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요. 인류는 이 멍청한 짓을 계속 하게 될 거예요."
중세의사샘은 암울한 표정을 지으셨다.
이 좋은 축제날 버거씨가 의사샘을 우울하게 만드는구나.
환자가 기다리잖소...
이보시오들.... 환자가 피를 흘리며 수술을 기다리고 있잖소...
병사아저씨 좀만 참아요. 의사샘이 봐주실거예요.
실제로 나는 버거씨의 팔을 이끌며 말했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선생님을 이만 놓아주라고...
버거씨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던지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하다면서 의사샘을 놓아드렸다.
아무래도 의사선생님은 '나보다 더 말이 많은 사람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신듯 했다. 버거씨를 처음 만났을때 내가 바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버거씨는 의사샘과의 대화가 너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대로 두면 대화 내용을 죄다 나한테 다 말하고 있을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다음부터는 내가 손가락으로 이렇게 리모컨을 누르는 시늉을 할게. 음소거 버튼을 누르는거지."
"알았어! 내가 말이 많아지면 꼭 그렇게 해줘. 바로 알아들을게! 정말 미안해."
전쟁을 치르는 구역을 빠져나왔더니 다시 평화로운 중세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아암.. 전쟁은 안되지.
다음편에는 중세마을 축제 마지막편- 공연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들려드릴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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