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돌아가게 된 친구의 송별회를 겸해서 퇴근후에 프랑스어 공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반가운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낭시에서 한달간 인턴일을 하게된 일본 친구도 왔고 그동안 바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친구도 오랜만에 나왔다.
다들 그간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많은 변화들이 있었구나.
우크라이나 소녀는 그 사이 프랑스어가 엄청나게 늘어있었다. 누가 들으면 프랑스인이라고 해도 믿겠다...
"너 프랑스어 진짜 많이 늘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나봐."
"나 1학년때 많이 울었잖아. 교수님 말은 빠르지, 도와줄 친구는 없지... 많이 울고났더니 그새 많이 늘었더라. 프랑스인 남자친구 덕도 좀 있고. 혹시 내가 말이 빨라서 못알아듣겠으면 말해. 천천히 말해줄게."
음...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괜한 자존심 ㅋ)
오랜만에 만난터라 유독 그녀에게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너는 여름 휴가 계획 없어?"
"나 곧 우크라이나에 다녀올거야. 일주일쯤 부모님 뵙고 오려고."
...!
"정말? 그 지역은 러시아 공격이 없었어?"
내 질문에 소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없어. 지금도 항상 있어, 비행기 폭격."
"그래도 간다고?"
"응. 부모님은 봐야지. 부모님은 그런곳에 살고 계신데 뭐."
우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우린 겁나지 않아."
흠... 하긴 부모님이 계신곳이니까... 나라도 가긴 갈 것 같다. 부모님은 말리시겠지만.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다만 전기가 없는게 문제야. 하루에 세시간씩만 전기가 공급돼. 그때 필요한걸 다 해야 돼."
아....
"비행기는 직항이 있어?"
"아니, 직항은 없고 폴란드로 갔다가 거기서 기차를 두 번 갈아 타야 돼. 이틀이 걸리지. 낭시에서 버스로 우크라이나에 바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도 48시간이 걸려. 차라리 폴란드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게 낫지."
아... 정말 상상이 안간다. 요즘 세상에 전쟁이라니.
그녀는 난민으로 프랑스에 온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난민 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 같다.
그녀와 함께 온 그녀의 언니는 1년만에 프랑스인 남자와 결혼을 했고 벌써 조카가 둘이나 생겼다며 가족 사진을 여러장 보여주었다. 그래도 낭시에 언니가 있어서 의지가 되겠구나.
일본인 친구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 요즘 뉴진스 좋아!"
"너 아이브 좋아했잖아? 아참, 나 하니가 일본 노래 부르는거 봤어."
내 말을 듣자마자 일본인친구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하니가 불렀던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홍콩 친구가 옆에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유 좋아해!"
그 말에 일본인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아이유가 좋다고 했다. 기분이 좀 뿌듯해지려는 찰나에 홍콩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유 일본인 맞지?"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일본인 친구가 정정해 주었다. 아이유는 한국인 가수 겸 배우라고 말이다. 알고보니 일본 소녀는 한류 전문가였구나.
그럼 넌 이 가수도 알겠네?
"너 혹시 보아 알아?"
일본 소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보아를 모르다니...
"너희 어머니는 아실거야..."
내 말에 친구들이 다들 빵터졌다.
요즘 애들은 보아를 모르는구나.
에리카랑 바에 가서 술을 주문하는데 나는 해피아워가 적용되는 맥주를 주문했고 에리카는 해피아워가 적용이 안되는 10유로짜리 진토닉을 주문했다. 바텐더가 같이 계산할거냐는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따로요. 이건 너무 비싸서 못사줘요."
내 말에 에리카랑 바텐더가 같이 웃었다.
맥주면 내가 사줄라그랬는데...
친구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알마 생일날 다같이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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