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는 주말을 용납할 수 없는(?) 버거씨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나와 하루 계획을 짜고 싶어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데...
할거 없으면 스파에라도 가자는 버거씨의 말에 게으름 모드였던 내가 결국 결단을 내리고 더 좋은 계획을 알려주었다.
"어제부터 낭시 트램 다시 운행하잖아. 그거타고 종점까지 가면 굉장히 크고 예쁜 공원이 있어. 당신은 한번도 못가본 곳인데 분명 좋아할거야. 아주 넓은 숲이거든."
버거씨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트램 다시 운행하면 그때 당신 데려가려고 아껴둔 곳이야...
일단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러가자.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 그 빵집으로 가 보았다.
안타깝게도 이 집에는 샌드위치가 없다. 어쩌지... 일요일이라 문 연 빵집이 얼마 없는데...
근처에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잠시 구경하다가 버거씨가 유레카를 외쳤다.
Au Pain de mon Grand père (우리 할아버지의 빵)라는 빵집 간판을 발견한 버거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게앞 줄이 꽤 길었지만 안으로 들어섰을때 오래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찐'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 여기는 안봐도 무조건 맛집이다. 여기는 진짜야!"
빵집이나 디저트 가게를 알아보는 남다른 눈썰미를 가진 버거씨가 이번에도 촉을 발휘했다.
케이크도 판다!
이 동네는 큰 생일 케이크를 파는 빵집이 그리 많지 않아서 반가웠다. 다음에 한번 시도를 해 봐야겠군.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디저트들을 구경했다. 프랑스 살아서 좋은 점중 하나가 바로 이런 눈요기다.
샌드위치도 전부 맛있어 보인다!
평소 나는 참치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오늘은 저기 토마토잠봉 샌드위치가 나를 부르네. 내가 토마토 잠봉을 주문했더니 이번에는 버거씨가 참치 샌드위치를 골랐다.
힝... 그러면 나도 참치가 먹고싶어지잖아...
결국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서 다시 포장했다ㅋㅋ 반반씩 맛볼 수 있게 말이다. 헤헤
덕분에 우리는 공원에서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 피크닉을 가질 수 있었다.
참치 샌드위치는 두말할 필요없이 항상 맛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잠봉 토마토 샌드위치가 더 맛있네?
"새로운 빵집을 알게 되어서 나는 정말 기뻐!"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버거씨가 한 말이다. 어찌나 섬세한지. 이 사소한 발견에 온종일 기분이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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