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들이 계실것 같아서 내 경험을 공유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7년쯤 전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았다.
염증등의 수치가 굉장히 높았음에도 통증이 점점 사라져서 (의사와 상의후에) 약을 완전히 끊기에 이르렀다. 아마 지금도 혈액검사를 하면 수치상으로는 안좋게 나올 것 같기 때문에 완치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는 완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초기 증상
방콕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였다. 손가락 관절 여기저기가 산발적으로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통증이 있었다.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길래 한동안은 방치했다. 그러다가 손목, 무릎 등으로 증상이 옮겨다녔고 급기야는 갈비뼈나 턱이 아파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기에 이르렀다.
진단
방콕에서 병원을 서너군데 가봤는데 하나같이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심지어 피부연고를 주는 의사도 있었다. 무릎이 아파서 계단이 고역이었고, 어깨가 아픈날엔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회사 유리문도 스스로 못열었다. 옷을 갈아입다가 팔이 안올라가서 주저앉아서 울기도 했다. 그러다 (당시 약혼자였던) 자서방이 어느날 말했다.
"아무래도 류마티스인것 같아... 아니었으면 더 좋겠지만... 류마티스는 빨리 진단받는게 중요하고 반드시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대. 찾아보니까 방콕 호스피탈에 류마티스 전문의가 있더라."
그렇게 자서방은 최대한 빠른 날짜로 예약을 해주었다.
류마티스 검사비용이 꽤 비쌌다.
검사 후 의사는 나에게 류마티스가 맞으며 수치가 꽤 높다고 했다. 그리고 충격받은 나에게 이것저것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류마티스는 난치병이며 원인이나 치료법이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흡연, 유전등이 발병원인이 되는 것 같지만 이것도 정확치 않다. 흡연을 한다면 금연하고 면역력을 위해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불면증 또한 류마티스의 증상중 하나이므로 잘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난치병... 이 끔찍한 통증을 평생 겪으면서 어찌 살란 말인가. 결혼을 코앞에 둔 상태였는데 시댁에서는 이걸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며칠후 시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따뜻한 메세지를 보내주셨다.
[지인중에 류마티스 환자가 있는데 물어보니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아 통증만 다스린다면 일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구나. 부디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도움 줄 것이 있다면 꼭 말해다오.]
그 메세지를 받고 코끝이 찡해졌지만 동시에 자서방더러 부모님께는 왜 말씀드렸냐며 원망을 했드랬다.
알고보니 그것도 전조였나보다.
생각해보니 태국에 오기전, 그러니까 일년쯤 전에 이미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한 일주일정도 손목에 힘이 안들어갔었는데 엑스레이도 찍어봤지만 이상이 없다고 했다. 류마티스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류마티스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모르겠지만 싱가폴에서 서울로 발령받은 후 서울에서 겪었던 번아웃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통증이 사라졌다.
진단을 받고 약을 챙겨먹었음에도 통증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그 통증이 갑자기 해결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한국으로 2주간 휴가를 갔을때였다.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무 고민없이 잠도 잘 잤다. 그리고 매일 쾌변쾌변..ㅋ 아무튼 그렇게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을때는 통증이 사라져있었다.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여행으로 인한 설레임과 심리적 안정 덕분이었을까-)
방콕 호스피탈로 가는대신 집근처 방나 병원으로 옮겨서 똑같은 약을 처방받고 있었는데, 의사도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자 의아해했다. 약을 계속 줄이다가 결국에는 하루에 조피린 2알만 수년째 복욕하게 되었다.
한국에 들어갈때마다 안산 고대병원 류마티스과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난치병이라고 95%의 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해 준다.
어느날 의사쌤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길;
1. 수치상으론 여전히 상태가 안좋은데 통증이 정말 없는게 맞느냐- (갸우뚱)
2. 조피린2알은 거의 먹으나마나라서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약을 끊어보자.
그렇게 약을 끊었고 어느덧 2년차가 되었다.
현재는
감사하게도 통증은 없지만 완치된 것은 아니라는걸 느낄때가 언제냐면- 피곤하거나 잠을 설친날에는 근육과 관절이 예전보다 쉽게 지치는걸 느낀다. 손글씨도 오래쓰면 기운이 딸린다. 팔이나 어깨에 통증이 아주 가끔 나타나기도 하는데 소염제를 따로 안먹어도 이틀이면 사라지는것 같다. 이 정도면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
명상원에서 신체의 감각이 예민하게 느껴지던 순간에, 몸 한 곳이 막혀서 순환이 잘 안되는 곳이 느껴졌는데 그 부분이 평소 류마티스 통증을 느끼던 부분과 관련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 후부터는 명상과 반신욕도 꾸준히 하고 혈액순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수영을 매일매일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러지를 못하니 너무나 아쉽다. 대신에 요가나 걷기를 틈틈히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류마티스에는 식단이 중요하다고들 강조하지만 정작 나는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그게 아주아주 중요한 것 같다.
류마티스는 이제 나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최소한의 운동은 멈추지 말라고, 잘 챙겨먹으라고, 그리고 통증이 사라졌으니 할 수 있는것도 더 많아졌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존재가 되었다.
*봉침이나 한약은 소용없었다. 으... 돈 아까운거... 그때 그 .. 한의원을 계기로 이제는 한의사를 보면 그저 말 잘하는 약장사로 보이기 시작했... 귀가 얇은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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