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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안되는 건 안 되는 건가 봅니다.

by 낭시댁 2023. 12. 15.

4번째 인공수정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지 한 달이 되었다. 

5번째 시도부터는 성공확률이 줄어든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나서 선뜻 결정이 서질 않아, 시리아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내 친구에게 상담을 받아보았다. 그녀 역시 나처럼 일년째 난임 치료를 받고 있어서 나를 진심으로 공감해 주며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5번째부터는 성공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좀 더 시도해 보고싶다면 바로 하는것 보다는 두달정도 쉬었다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도 했다. 

 

5번째 인공수정을 위해 헝데부를 잡아놓았었는데 결국은 그냥 취소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자서방도 꽤 지친다. 

 

함께 기도해 주시겠습니까 (덧붙임 추가)

저를 위해 응원하고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나하나 댓글 달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불안할때마다 반복해서 정독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 오시는 분들은 다들 천사들이 아니신지요. 

 

 

앞으로는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인생을 살으라는 뜻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중이다. 가끔 눈물이 좀 나긴 하지만.

덕분에 몸매는 유지할 수 있겠구나. 

 

이러다가 또 좋은 소식이 올 가능성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이제 내 남은 인생에 아이가 없는 그림을 새로이 그려봐야한다. 

프랑스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 목표는 엄마가 되는 것 하나뿐이었는데. 

 

목표를 바꿔야 하겠구나. 단기와 장기 목표를 구상해 보자.

 

학정은행제 (한국어 교원2급) 수업도 열심히 듣고-

글도 꾸준히 써야지.

그리고 일도 해야 하는데 무슨일을 하지. 

 

사실 얼마전 자서방 몰래 파리에 있는 한 패션브랜드에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화상인터뷰를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고민해 보니 현실적으로 파리근무가 가능하질 않으니 포기해버렸다. 낭시를 떠날 생각도 없지만 장거리 출퇴근은 더더욱 자신없다. 어느정도 근무를 하다보면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도 있을듯 했는데 그래도 초반에는 파리 근교에서 지낼 곳이 필요했다. 그런데 올림픽의 여파로 파리 집세가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이다. 

 

낭시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pôle emploi(구직기관)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지인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새로 오픈하는 지인의 사업장에서 일를 돕게 되었는데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제 사업이 아니라서 상세히 소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주세요).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아주 잘 된일이었다. 게다가 나역시 내 사업을 작게나마 시도해 보고싶었는데 이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것 같아 흔쾌히 제안에 응하게 되었다. (사장님께도 그대로 말씀드렸다.) 

 

아직은 경제적인 여유가 좀 부족하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쌓이면 낭시에서 내 힘으로 사업을 해 볼 생각이다. 시부모님께도 어제 진지하게 말씀드렸더니 지인들을 동원해서라도 도움을 주실거라고 든든하게 말씀해주셨다. 

 

일을 하게 되었다고 친정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이래저래 속상하신 눈치다. 아기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시던 엄마는 그동안 외국회사에서 소위 번듯한 일을 하던 막내딸이 프랑스까지 가서 궂은일을 꼭 해야 하냐며 한숨을 짧게 내쉬셨다. 나 아직 건강해서 문제 없다니까... 

 

그동안 내가 그려오던 내 미래의 모습이 통채로 바뀌고있다. 

 

당장은 안개속 처럼 그저 막연한 기분이지만

하루하루 의미있고 보람차게 보내다보면 길을 열어주시겠지. 

 

오늘 안개가 유난히 짙구나 무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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