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기내식도 꼼꼼히 먹고... 드디어 한국땅에 착륙했다. 무려 5년만에 밟아보는...
버거씨랑 룩셈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을때가 저녁 5시쯤이었는데 나는 다음날 비슷한 시각에 한국에 떨어졌다.
하루를 통으로 날려먹었네.
한국은 정말 멀기도 멀구나... 집에서 출발하고 경유하는 시간 다 포함하면 24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공항에서 언니, 형부 그리고 나영이(라고 주장하는 낯선 처녀)와 재회했다. 언니랑 형부는 변함이 없는데... 우리 나영이 본 사람? 나영아... 이모가 애타게 찾고 있다. 연락다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모 껌딱지였던 우리 나영이.. 레미콘만 보면 환호하던 나영이 대신 나온 처자는 이제 고3이라 하루에 5시간밖에 못잔다고 시크하게 말하더니 금새 내 옆에서 잠이 들었다.
언니 휴대폰으로 아빠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디쯤 왔는지 묻는... 아빠가 저녁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허허 내가 잘못들은거 아니지? 경상도 남자의 표본이던 우리 아빠가 뭐를 한다고? 혹시 내가 지금 평행세계로 잘못 떨어진건가.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때 세상 무뚝뚝하던 아빠는 우리 언니가 공항에서 달려오던것처럼 현관에서 맨발로 '두팔 벌려' 달려나오셨다. 아 깜짝이야 ㅡㅡ;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좀 어정쩡한 자세료) 안겨드렸음.
우리 엄마는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뒤에 서 계셨는데 나를 보자마자 설움이 복받친 듯 할 말이 많아 보이셨다. 전남편과 전 시부모님 생각이 복잡하게 올라온 모양이다. 뒤에 조카가 서 있어서 다행히도(?) 할 말을 모두 꿀떡 삼키셨다.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그리고 호박전이었다. 밥을 포함한 모든 메뉴를 아빠가 혼자 다 하신거란다.
솔직히 김치찌개는 싱거웠지만 그래도 온 식구는 감탄을 하며 먹었다. 정말 별일이 다있네. 우리 아빠가 부엌을 차지하시다니.
뒤늦게 배운 요리가 재미있으시단다. 유튜브에서 주로 요리를 배운다고 하셨다.
프랑스 아저씨들처럼 우리 아빠도 요리 이야기를 자꾸 하신다. 많이 어색한데 참 반가운 변화다.
언니네 가족이 돌아간 후 엄마는 내 방에서 오랜동안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떠나올 때 버거씨가 돈을 줬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꽤 감동받으신 눈치다. 그래도 아직은 함부로 사람 믿지 말라신다. 무뚝뚝한 아빠는 내 방 앞에서 괜히 오래 서성이며 우리 이야기를 엿듣고 계셨다.
내 마음이 많이 편해지신걸 느끼셨는지 엄마도 마음이 놓이시나보다. 내 방에서 밤이 늦도록 그동안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들려주셨고 우리는 오랜만에 큰소리로 깔깔 웃었다.
내일은 할머니를 꼭 만나야 된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내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묻는 전화를 엄마, 아빠, 언니한테 수십통을 걸었다고 하셨다.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내내 비행기에서 자다가 저녁에 도착해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내 방은 이미 오래전 엄마의 옷방으로 바뀐지 오래란다. 옷 뿐 아니라 안쓰는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내 방인데도 꽤 낯설다.
이 집 막내딸이 돌아왔다.
'사는 이야기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 오니까... 나 좀 후즐근 (12) | 2025.05.01 |
---|---|
때마침 벚꽃이 만개했다 (9) | 2025.04.30 |
여전히 정정하신 우리 할머니 (22) | 2025.04.29 |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수영장 모임 (13) | 2025.04.28 |
내가 태어나던 날 (26) | 2023.05.20 |
우리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 (18) | 2022.03.09 |
손칼국수 장인 금자씨 이야기 (16) | 2022.01.23 |
우리 친정엄마에게 프랑스 파리란… (10) | 202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