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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수영장 모임

by 요용 🌈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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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이튿날 아침 언니를 따라서 수영장에 갔다. 

수영복만 챙기라던 언니는 과연 고맙게도 필요한 물품들을 대신 챙겨서 집 앞까지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수영장 로비에서부터 우리언니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제 동생이예요! 동생이 왔어요!" 라고 떠들고 다녔다. 왜 모든 사람들을 다 알고 있는건데 ㅋㅋ 탈의실, 샤워장, 수영장을 거치는 내내 우리 언니의 동생 소개는 이어졌고 나는 언니네 수영 선생님과도 인사를 했다.  

 

5년만에 온 수영장. 감회가 새롭군.

그 사이 1일 자유수영권 가격이 두배가 되었네. 

 

 

쉬는 시간인데 멋모르고 나혼자 첨벙거리면서 수영했다가 울언니가 꺅꺅거리면서 나를 불러 세웠다. 

 

"쉬는 시간에는 수영하면 안돼. 저기 50분 수영하고 10분 휴식이라고 써져 있잖아." 

 

그렇다고 그렇게 큰소리로...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내가 안불렀으면 저기 뒤에있는 아저씨가 호루라기 불었을거야. 그거보단 내가 소리지르는게 낫잖아."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 호루라기나 언니 비명소리나 크게 다르진 않았을것 같긴한데... 그래 그래도 언니가 낫다.  

 

"잠깐 다시와봐. 니 수경 거꾸로 쓴거같애. 좀 슬퍼보여."

 

악ㅋㅋ 물안경이 뒤집어져서 눈이 쳐져보였던것. 우리 자매 웃음소리가 수영장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 

 

울 언니가 강습을 받는 동안 나는 옆 레인에서 자유수영을 했다.

언니네 반 분위기가 어찌나 화기애애한지 구경만해도 훈훈했다.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다들 친해보였다. 이래서 울언니가 수영장 나오는 걸 좋아하는구나. 

 

나는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라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무리하지 말고 딱 10바퀴만 가볍게(?) 돌아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열바퀴를 다 채우는데 50분이 걸렸다. 저질체력... 하지만 옆에 분들이 수영을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제가요... 폐활량이 좀 딸릴 뿐이걸랑요...

 

샤워할때나 탈의실에서도 울언니는 모든 사람들과 친한듯 보였다. 언니랑 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주변에 계신 분들이 스스럼없이 우리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여기 분위기 진짜 좋구나ㅋㅋ 

 

울 언니는 오히려 내가 수영할 때 처음보는 사람들이랑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봤다며 웃었다. 그냥 뭐 서로 수영 자세도 좀 봐주고 그랬지 뭐... (유전인가?)

 

울 언니는 옆 동네로 이사를 한 후에도 계속해서 이곳 수영장에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정많은 사람들때문이란다. 그 동네 수영장에 갔더니 서로 대화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분위기가 딱딱해서 견딜수 없었다는 것이다. 워낙 오랫동안 같이 해 온 사이라 다들 너무 친하고 언니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되는 공간인듯 했다. 단톡방도 있고 회식도 종종 한다고 한다. 

 

버거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들도 사실은 다들 외롭다고. 

 

울 언니 뿐만아니라 그 반 다른 분들도 이 모임을 얼마나 애정하는지 안봐도 알듯 하다. 삭막한 한국의 현대 도시 일상에서 오아시스같은 모임을 내가 엿본 듯 하다. 

 

버거씨한테 수영장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굉장히 좋아했다. 무엇보다 우리언니가 나만큼 사교적이라는 사실을 제일 반가워하는것 같다. 울언니 코메디언이라니까 그러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도 수영장에 매일 따라갈 생각이다. 수영 끝나고 언니랑 맛있는거도 사먹고. 

 

오늘 점심은 순대국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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