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디종에서 뉘생 조르주까지, 다채로운 부르고뉴 여행
주변에 다른 건물은 없고 딱 이 샤또만 보이는데 네비 아가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했다.
"우리 샤또에 가는거야??"
내 말에 버거씨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친절하게 샤또라고 입구부터 써져있네.
완전 큰 샤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춘기때 즐겨 사 모으던 편지지속에 자주 등장하던 흑백 사진속으로 들어온 듯 한 기분이 들어 가슴이 설레였다.
트렁크에 짐을 챙겨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멋드러진 돌계단을 올라 우리 방으로 들어갔더니 현대식 호텔같은 방이 나왔다. 그래 내부는 현대식이 더 낫다.
참고로 버거씨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한거라고 했다.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부엌에도 없는게 없었다. 네스프레소 머신, 오븐, 식기류에 간단한 양념들 까지-
에어컨이랑 티비가 엘지여서 반가웠다ㅋ
야외는 더운데 실내가 꽤 시원해서 에어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비가 오는 소리처럼 시원하게 들려왔다.
내가 너무 좋아했더니 버거씨는 나를 마담 샤틀렌(chatelaine) 이라고 불렀다.
"샤틀렌이 뭐야?"
"응, 샤또의 여주인이지. 남자주인은 샤틀랑이라고 불러. 여기서 머무는 동안 너는 마담 샤틀렌이야."
"알았어. 무슈 샤틀랑!"
그래 뭐 여기 머무는 동안에는 우리가 주인이지 뭐.
사실 밤 늦게 윗층에 또다른 가족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우리만 있는 샤또가 아니긴 했지만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마담 샤틀렌 무슈 샤틀랑이 되었다.
버거씨는 일단 마트에 가서 장을 보자고 했다. 오는길에 눈여겨 봐둔 그헝프레로 고고-
샤또 주변에는 레스토랑을 찾아볼 수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충분히 장을 봐서 직접 요리를 하기로 했다. 버거씨는 둘이서 같이 요리를 한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은가 보다.
버거씨가 마트에서 가장 먼저 고른 식재료는 바로 각진(요리용) 바나나였다. 바나나를 쪄주겠다나...
아무래도 버거씨한테 요리를 맡기느니 내가 후다닥 먹고싶은 음식 위주로 요리를 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저녁, 아침식사등 다음날 음식까지 생각해서 식재료들을 충분히 골랐다. 버거씨는 간식이나 과일위주로 골랐다.
이날 저녁 메뉴는 볼로네제 파스타!
손질해서 파는 야채들을 사다가 다진소고기와 함께 볶은 후 토마토 소스에다 간단하게 버무렸다.
버거씨가 볼로네제 파스타를 얼마만에 먹어보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맛있어했다.
후식으로 치즈랑 무화과를 몇 개 먹었는데 무화과가 어찌나 달던지!
버거씨는 1킬로짜리 화이트치즈를 꺼냈다. 세상에 1킬로짜리는 처음본다...
화이트치즈를 붓고 그 위에다 망고퓨레를 뿌려서 맛있게 먹는 버거씨. 따라서 먹어봤는데 내 입에는 요거트랑 차이를 모르겠다. 유산균 vs 단백질 함량의 차이인가...?
배부르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끝낸 우리는 루미큐브를 했다.
우리는 샤또에서 머무는 3박 4일동안 루미큐브를 매일 한 판씩 했다. 어쩌다보니 매번 내가 이겨서 버거씨가 진심으로 의기소침해보였다.
샤또에서의 첫날 밤이 저물고 있었다.
꿈처럼 평화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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