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난생 처음 먹어본 프랑스식 개구리 요리, 맛있네?!

by 요용 🌈 2024. 9. 23.
반응형

이전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건축물이 아름다운 디종의 화려한 거리들
 
 
디종에 노을빛이 깔리기 시작했다. 

땅에 비춰진 사람들의 그림자도 점점 길게 늘어진다. 

사실 군것질을 많이 해서 그런지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간단하게라도 저녁식사를 할 곳을 찾아야 했다.

디종에서는 비프 브루기뇽을 먹어보라고 하던데... 
식당들 대부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며 문적박대를 했다 ㅠ.ㅠ 
메뉴를 고를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뜻. 
 
어디든 자리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 
결국 한 곳을 찾아냈다. 카르페디엠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이곳도 테이블이 꽉차있었지만 슬슬 저녁식사를 끝내고 일어나는 손님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가격이 좀 비싸네. 그래도 구글 리뷰를 보니까 평점이 아주 좋다. 
메인+디저트 가격이 일인당 33유로에다가 와인까지 추가하면 꽤 나오겠군... 
 
나는 버거씨를 이끌고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늘 저녁은 내가 버거씨에게 대접해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읔 와인의 고장이라 와인이 좀 더 쌀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coup de coeur라고 그나마 저렴한 와인이 있길래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건 그때그때 종류가 바뀌는 일종의 "오늘의 와인" 같은거라고 했다.
 
점원은 우리에게 두가지 화이트와인을 시음해 보고 고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와인이 뜨뜨미지근해서 맛이 별로였다. 
 
"하나는 너무 미지근해서 맛을 잘 모르겠네요." 
 
버거씨의 이 말을 들은 여자 점원이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잘나가는건 시원한거라서 다른건 그냥 밖에다 보관해 둔거라 그래요. 시원한 걸로 두 잔 드릴게요." 
 
엥...? 그녀의 대답에 우리는 살짝 어이가...ㅋ 
그래도 뭐 불친절한 느낌은 아니고 바빠 죽겠다는 느낌이라 그냥 우리도 쿨하게 웃어넘겼다.   

우리 뒤로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노을빛을 받아 그림같이 비현실적인 색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저녁식사는 내가 낼거야. 맘껏 먹고 마셔." 
 
내 말에 버거씨가 펄쩍뛰었다. 
 
"말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여기 꽤 비쌀거란말이야." 
 
"얼만지는 벌써 봤어. 사실 이건 내가 사는게 아니고 우리 블로그 친구들이 사주는거야.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사람들이 응원비를 보내줬어. 그걸로 맛있는거 한번 사주려고 했는데 그게 이번이 되었네." 
 
극구 사양하던 버거씨는 결국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는 메인식사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메인식사로 버거씨는 그르누이 즉, 개구리 요리를 시켰고 나는 생선을 주문했다. 잠시 후 나는 나도 그루누이를 시키지 않은것을 후회했다. 비주얼이 예상보다 훨씬 맛있어보이네?!

튼실하고 뽀얀 개구리 허벅지살들...
 
사이드로는 라따뚜이와 함께 호박 퓨레가 나왔다. 

생선꼬리를 버거씨 접시에 떼주는 대신 나는 통통한 뒷다리 한조각을 가져왔다. 
생선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진짜 맛있네?! 
버거씨가 개구리요리를 좋아한다고 말한게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살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뼈가 저절로 분리가 되었다. 개구리 허벅지가 이리도 튼실할 줄이야. 살이 꽤 많았다. 
 
"개구리 처음 먹어보는거야? 맛있어?" 
 
버거씨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나 어릴적에 시골살때 아빠랑 삼촌이 개구리를 잡아와서 숯불에다 구워먹은적이 있어. 그때 언니는 징그럽다고 근처에도 안왔는데 나는 아빠랑 삼촌옆에 앉아서 주는대로 다 받아먹었어. 근데 살이 너무 없어서 먹어도 먹어도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이건 정말 살이 많다!" 
 
한 6살쯤 됐을까... 어릴적에 아빠랑 삼촌이 잡아온 개구리들이 그물속에서 팔딱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빠랑 삼촌이 연탄불에다 구워서 소주 안주로 드셨는데 아마 그때 내가 제일 많이 먹었을것 같다. 먹어도 먹어도 만족이 되지 않아서 자꾸만 더 달라고 보챘던것 같다. 그 후로는 개구리를 먹어본 적이 없네. 
 

후식으로 우리는 배 조림과 살구 콩포트를 먹었다. 일부러 서로 다른걸 시켜서 반씩 나눠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앉았다. 
버거씨는 마음이 바뀌었던지 자꾸만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말했고 나는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갔다가 휴대폰 애플페이로 바로 결제를 하고 나왔다. 90유로나 나왔네. 비싸 비싸... ;; 
 
"이건 내가 사는게 아니라 우리 블로그 친구들이 사주는거라구." 
 
 

 
시원한 밤공기덕분에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낮에 그렇게나 돌아다니고도 말이다. 
 
즐거웠던 저녁식사의 힘인가. 
 
덕분에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