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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10년짜리 체류증... 실패했다. ㅠ.ㅜ

by 낭시댁 2021. 4. 22.

첫 체류증 신청에서 10년을 받기는 어렵다고 이미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결론은 10년 대신에 2년을 받았다... 

내가 가진 어학 증명서 TCF-CRF는 2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2년후에 갱신할때는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흑흑... 

 

아침에 자서방은 내 어깨를 주물러 주며 긴장좀 풀으라고 말해주었다. 

"술을 마시고 가는게 어때? 와이프 취하면 프랑스어 완전 잘하잖아." 

ㅋㅋㅋㅋㅋ 사실이다. 나는 시댁에서 취할때면 나혼자 계속 떠든다.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프랑스어를 잘하게 됨ㅋㅋㅋㅋ 

필수 서류만 이만큼... 혹시 몰라서 챙겨간 서류도 많다...

 

꽁보까시옹(소환장)에는 코로나로 인해 동반인은 안되고 혼자만 와야 한다고 써져있었지만 여러 후기를 찾아본 결과 남편이 꼭 필요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특히 10년 체류증을 위해서는 경시청에서 남편을 보기 원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서방은 분명히 자기는 못들어갈거라고 장담을 했지만 일단 같이 갔다. 

 

낭시의 경시청은 아름다운 스타니슬라스 광장옆에 붙어있다. 

 

 

그런데 아무도 남편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다들 현지인인 남편에게 안내를 해줬다. 저쪽으로 가서 기다리세요~ 잠시후 호명할 거에요~ 뭐 이런 안내들 말이다. 

둘이서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데 아프리카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젊은 남자들도 많았고, 여인들은 아기들도 1-2명씩 동반하고 있었는데 우는 아이들때문에 좀 정신이 없었다. 전화기 사용이 안된다고 벽에 여기저기 붙어져있었는데 전화통화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나는 살짝 느꼈다. 곧 프랑스는 아프리카인들과 아랍인들에게 정복당하겠구나 하고... 

무장한 경찰 2명이 번갈아가면서 실내를 돌고 있어서 괜히 쫄렸다. 남편 더러 나가라고 할까봐ㅎㅎ 그리고 밖으로도 군인들이 무장을 한채 그룹지어서 돌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코로나보다 테러의 공포가 더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헝데부가 10시반이었는데 호명하러 나오는 아저씨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서 11시가 넘어갔다. 남편은 나더러 돌아다니지 말라고 말렸지만 나는 일어나서 안쪽을 살펴보았다. 아주 불쌍한, 궁금한, 도움이 필요한 눈빛으로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ㅎㅎㅎ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젊은 담당자는 내 이름을 몇번이나 불렀는지 아냐며 대뜸 화를 냈다. ㅡㅡ; 안들렸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나와서 호명하던데요... 할 말이 많았지만 남편과 나는 그저 깍듯이 사과했다. 이 젊은 남자는 화를 풀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딱딱하게 진행했고 요청 서류 목록에는 없던 서류들을 (다른 후기를 보면 다들 겪는 에피소드-) 아주 당연하게 요구했다. 중요한 서류는 왠만하면 다 가져갔길 다행이었다. 그래도 부족한 서류는 있었지만... 

그 남자는 내 어학 증명서를 보면서 말하기를 10년짜리를 받으려면 이전 3년동안 함께 거주했다는 증명 서류가 필요하단다. 그런데 우리는 태국에서 이사 오면서 모든 고지서를 버리고 왔다. 그게 여기서 필요할 줄이야? 몰랐던 건 당연하다. 이건 요청되는 서류 목록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나는 태국 통신사에 이메일로 한번 요청해 보자고 말했더니 남편이 나직하게 나더러 "프랑스어로 말해..." 라고 속삭임 ㅎㅎ 어쨌거나 남편은 나중에 말하길, 최소 2가지 서류인데 그것 말고도 다른 서류가 필요하다며 그냥 10년짜리는 포기 하자고 했다. ㅠ.ㅠ 

 

 

헤세피세라는 임시체류증을 주면서 그 담당자는 현재 우리 두사람 공동명의로 된 서류 두가지를 추가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뮤츄엘을 챙겨갔기때문에 그걸로 한가지를 제출했고, 공동 은행 계좌를 오픈 한 후에 이메일로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왔다. 

나오면서도 남편은 그 남자에게 또 한번 사과를 했다. 우리가 이름을 못들어서 미안하다고... 그제서야 그 남자는 표정을 풀면서 "제 발음이 문제였을수도 있죠뭐... "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우리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음 ㅡㅡ;; 

그래도 꿋꿋한 남편은 추가 질문을 했다. 

"2년후에 체류증을 갱신할때도 이렇게 복잡한가요? 혹시 그때도 우리가 몰랐던 서류가 발생된다거나 할까봐 걱정되는데 조언좀 주실 수 있으세요?" 

"아, 첫 체류증때만 이렇게 대면하구요, 그 다음부터 갱신하는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하면 돼요." 

그래도 어학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건 변함이 없구나...

 

나는 10년짜리를 받기위해 어제 저녁에 인터뷰 준비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프랑스의 상징과 프랑스 혁명, 프랑스에서 향후 계획 등등...

아... 부질없어라...

 

우리는 바로 은행으로 갔다. 공동계좌도 오픈하고 내 새카드도 수령하기 위해서-

하지만 은행은 닫혀있었다... ㅠ.ㅠ 내가 앱으로 신청한 카드는 집으로 보내주는건지 찾아와서 수령하는건지 아무 정보도 없고... 정말이지 이 나라사람들 일 처리 하는 방식 너무나 마음에 안든다. 

 

10년을 못받아서 불평하는 나에게 남편이 집으로 오면서 말했다.

"아까 그 남자를 포함해서 많은 경시청 직원들은 자기 직위의 작은 권위를 저런식으로 종종 표현하는게 사실이야. 현지인이 아니라 외국인들을 상대하니까 더 그런것 같고... 근데 어쩌겠어. 그 사람들이 결정하는거니까 그냥 받아들어야지. 그래도 2년 받았잖아. 몇달전부터 헝데부도 못잡아서 맘고생했는데 이제 끝났으니까 기분 풀어. 그리고 2년후에 10년 받는건 쉬울거라고 하니 잘된거지~!" 

그래... 남편이 시험 대신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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