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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53

내가 태어나던 날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난생 처음으로 배춧국을 끓여보았다. 요즘 배추 비싸던데 시어머니께서 주신 덕분에 배춧국이라는것도 끓였네. 어릴적엔 흔하게 먹었던 배추 된장국이라 귀한줄도 몰랐는데... 미원을 좀 쳐주니까 진짜 엄마표 맛이 난다ㅋㅋ 역시 우리 엄마 음식의 비밀은 미원이었다. 별다른 반찬 없이 대충 밥이랑 소시지, 감자볶음을 쟁반에 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으잉? 우리 엄마가 웬일로? 우리 친정식구들로 말할것 같으면... 모든 식구들 다 포함해서, 내가 20년 가까이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걸어준 경우는 다섯번쯤 되려나... 특히 한국은 늦은 저녁이었던지라, 일찍 잠자리에 드는 우리 친정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사건이 아닐수가 없었다. 당연히 무슨일이 생겼나 싶어서 덜컥 겁.. 2023. 5. 20.
우리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 우리 언니네 가족은 얼마전 이웃동네에 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 멀지 않은곳이지만 외할머니께서는 이사 소식에 꽤 충격을 받으셨다. 일부러 이사 소식을 최대한 늦게 알려드렸었는데 괜히 애틋해지셔서 이사전에 언니네 집에 더 자주 드나드시며 반찬등을 갖다주셨다고 한다. 89세 연세가 무색하실 정도로 허리도 여전히 꼿꼿하시고 걷는것도 좋아하시는데 언니네가 이사한 새 아파트는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할머니께서는 일종의 상실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그만큼 가까이 살던 큰 손녀에게 많이 의지를 하셨던것 같기도 하다. 언니는 이사 며칠 후 엄마 아빠와 할머니를 초대해서 저녁을 먹는다면서 나에게 화상통화를 걸어왔었다. 화면속에서 온 식구들은 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 나도 회 .. 2022. 3. 9.
손칼국수 장인 금자씨 이야기 재작년 프랑스 오기전 친정집에서 머물때였다. 엄마아빠 두분다 일을 하셔서 식사준비는 내 몫이었다. 한날 나는 집에있는 밀가루가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을 보고는 마음이 급해져서 갑작스럽게 만두를 만들기로 다짐을 했다.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하고, 만두소도 만들고, 홍두께까지 내 놓고나서 엄마가 오시기만을 기다렸다.ㅋ 엄마는 갑자기 이게 다 무슨일이냐 하시면서도 홍두께를 잡고 전문가 포스를 풍기시며 익숙하게 반죽을 밀기 시작하셨다. 리듬을 타면서 쭉쭉 밀어주고 반죽을 펼치고를 몇번 반복하다보면 반죽이 점점 얇게 펼쳐진다. 어릴때부터 나는 엄마가 이런 식으로 칼국수를 만드시는걸 보고 자라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다들 손칼국수를 만드는 줄로만 알았다. 오늘은 칼국수가 아니니까 채로 자르는 대신에 주전자 두껑으로 .. 2022. 1. 23.
우리 친정엄마에게 프랑스 파리란… 엄마와 오늘 화상 통화를 했는데 어제 티비에서 프랑스 낭시가 나와서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셨다. "건물도 예쁘고 참 좋드라. 궁궐같은 으리으리한 건물도 있었고..." 낭시가 티비에 나오다니 반가우셨겠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보셨다며 신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거기도 나왔는데... 아... 이름이 갑자기 생각안난다... 거 왜... 빵...빵... 있잖아..." 빵... ? 혹시...? "…파리?" "그래! 파리!" 우리엄마에게 파리는 파리바x트다ㅋㅋㅋㅋㅋ 나는 통화를 끝내고 우리언니한테 메세지를 보냈다. "엄마가 말하는 여기가 어딘지 맞춰봐. 참고로 나는 맞췄어. 빵... 빵...거기 있잖아..." "파리? ㅋㅋ" 바로 맞추다니! 더 웃긴건 자서방도 바로 맞췄다는거다. 이심전심인건가ㅋㅋㅋㅋ 맞춰놓고 자기도..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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