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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초보 냥집사가 당황하는 순간

by 낭시댁 2021. 9. 2.

자정쯤 되면 무스카델은 어김없이 사료를 먹으러 간다. 사료도 먹고 볼일도 보는데 이때 사료나 모래의 사그락대는 소리는 나에게 자장가나 다름이 없다. 하찮은 앞발을 놀리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젯밤...

자정에 볼일을 보고 침실로 돌아온 무스카델이 내 옆으로 돌아오는대신 철제 선반으로 올라가는것이었다. 서운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잠을 다시 청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철제선반을 앞발로 열심히 긁어대는것이 아닌가?

초보집사인 나는 그저 "쉿!", "노!" 하고 몇번 주의를 주었는데 이내 불길한 냄새를 맡게되었다... ㅠ.ㅠ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고싶지않아서 스탠드를 켜서 확인해 보니... 읔...

응가를 하고 나서 똥꼬에 응가 조각이 딸려왔었나보다. 그게 철제선반에 묻었고 본능적으로 이 녀석은 모래를 묻듯이 선반위에서 나름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침대로 안와서 어찌나 다행인지- 상상도 하기 싫다-)

한밤중에 왠 날벼락인가 싶었지만... 휴지와 물티슈를 가져와서 뒷처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는 무스카델을 "마담 까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까까는 프랑스말로 - 그러니까 우리말로 똥마담... ㅡㅡ;

"아무래도 똥꼬털을 좀 잘라줘야겠다."

남편의 제안에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고 실제로 많은 집사들이 거기에 털을 조금씩 밀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확실히 도움이 될것 같다. 아무튼 이건 자서방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단다. (말로만 하고 아직 안했음)

오후에 서재방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으려니 자서방이 환한 얼굴로 들어와서 나에게 딱 한마디했다.

"무스까까델!"

대단히 기발하지 않냐는 표정으로 내 반응을 살피는 남편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3초만에 이해했다. 칭찬하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세워주면서 한마디를 덧붙여주었다.

"무스까까."

"무스까까도 좋다!"

자기 놀리는 줄도 모르고 무스카델은 내가 앉은 의자에 메달리고 있었다.

"넌 이제부터 무스까까야. 무스까까"

입에 착 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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