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참 초보기는 하지만 내가 이제 제법 운전이라는걸 하기 시작하니 남편은 그게 그렇게나 자랑스러운가보다. (내가 정말로 운전을 영영 못할걸로 생각했었던지도 모르겠다;;)
"아버님도 너 운전하는거 아셔? 이제 제법 잘 한다는거 말이야."
내 운전실력을 칭찬하더니 왜 갑자기 아빠얘길 하는거지?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왜기는~ 맨 처음에 운전 연수 시켜주실때 넌 절대 운전하지말라고 하셨다며~ ㅋㅋ"
아... 그 얘기 내가 괜히 해줬구나. 다른거는 잘도 잊어버리면서 그런거는 절대 안까먹지...
스므살때 내가 면허를 따자마자 친정아빠가 딱 한번! 그것도 30분인가 연수를 시켜주셨는데 내내 별말씀 없으시더니 차에서 내리실때 딱 한마디 하셨었다.
"니는 절대로 운전하지마라."
그 후로 다시는 연수를 안시켜주셨고 나 역시 더이상 부탁을 드리지 않았다. (그날도 울 언니가 부추겨서 했던것 같다. 아빠의 그 말을 듣고 뒷좌석에 있던 언니는 참 많이도 웃더라...?)
"아버님은 너의 운전실력을 보시고는 바로 포기하셨던거지.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너를 이만큼이나 발전시켰다는게 너무 자랑스러워. 너 운전하는거 아버님이 보셨으면 좋겠다. 하하하"
내가 자랑스러운게 아니고 본인 스스로가 자랑스러운거였구만.
오늘 아침.
내가 시어머니를 따라서 그헝프레에 장보러 갈거라고 말했더니 자서방은 열성적으로 차키를 줄테니 직접 운전해서 가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안돼, 나 아직 낯선길은 못간다고!"
"할 수 있어! 길은 엄마가 옆에서 알려줄거야. 내가 지금 엄마한테 전화드릴게, 와이프가 운전할거라고."
남편의 고집이 강했지만 나는 끝까지 싫다고 거절했고 남편의 거의 삐친상태가되었다.
"실망이야! 나는 와이프한테 정말 실망했어."
내가 집을 나설때에도 남편은 얼굴도 안내밀고 인사대신 "흥! 실망이야!" 하는 말만 외쳤다.
장보러 가기에 앞서서 나는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차를 한잔 마셨다.
자서방이 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의외로 두손으로 입을 막으시며 머뭇머뭇 말씀하셨다.
"나 무서워서 안돼... 그냥 내가 운전할래."
"자서방은 어머님이 저 잘 가르쳐주실거라던데요?"
"안돼... 나 무서워서 그런거 못해."
어색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ㅋㅋㅋ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내가 남편 고집을 못이겼어도 어머님께서 막아주셨겠는 걸-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내 운전실력을 못 믿으시나보다. ㅎㅎㅎ
저녁에도 자서방은 나더러 실망했다는 소릴 했다. 결국 며칠 후 시아버지와 함께 외출할 일이 생겼는데 그날에는 돌아오는 길에 내가 운전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니까 실망했다는 소리 좀 그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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