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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20대, 30대, 40대. 나이는 달라도 우리는 친구!

by 낭시댁 2022. 11. 16.

꿀같던 일주일간의 방학이 눈깜짝 할 사이에 모두 지나가 버리고 일요일이 찾아왔을때 우리반 필리핀 친구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지난학기때 나와 한반이었던 영국인 친구를 만나기로 했으니 시내에서 함께 만나자는 초대였다.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외출 할 채비를 하면서 자서방에게는 알아서 저녁을 챙겨먹으라고 말했다. 점심 약속이었건만ㅎㅎ

"일요일에는 레스토랑들 다 문닫는거 알지? 식사를 할거라면... 행운을 빌게."

"오랜만에 맥도날드에 가도 좋은데?"

그렇다. 프랑스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일요일날 문을 닫아서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필리핀 친구는 일요일에 오픈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알고 있다며 앞장섰다.

일전에 테라스에 앉았다가 맥주를 마셨던곳인데, 맥주가 너무 비싸서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했던 그곳이네ㅎㅎㅎ 근데 친구말로는 이곳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한다.

세명이서 나눠먹기위해 샐러드 하나랑 피자하나 그리고 각자의 음료수를 시켰다.

이틀 연속으로 시댁에서 과음을 했더니 간이 더이상의 알콜을 용납하지 않을듯한 상태라 나는 콜라를 시켰다.

로마에서 석사학위까지 공부를 하고 이탈리아어도 유창한 필리핀 친구가 자신있게 추천한 나폴리 피자. 엔초비때문에 뭔가 거부감이 들어서 나폴리에 갔을때도 안먹었던 것인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근데 이렇게 큰 피자를 왜 안잘라주는거야?"

내 친구들은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피자는 원래 안잘라주는거라고 대답했다. 그러하구나... 피클 안주는것까진 이해하는데... (한국에선 피클이 피자의 단짝이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친구들이 더 놀랬다ㅋ)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전혀 느끼한맛도 없고 (피클이 필요없음) 엔초비도 너무 담백하게 잘 어울렸다.

피자랑 샐러드 값을 어쩌다보니 나랑 영국인 친구가 함께 계산을 했었는데, 어느새 필리핀 친구가 내려가서 디저트와 음료를 주문하고 왔다.

여자세명이서 어찌나 수다를 떨었는지 해가 지는줄도 모르고 떠들었다. (자서방더러 저녁 혼자 먹으라고 말하길 잘했다.)

"그래도 지난 학기때 우리반이 더 좋았지?"

영국인 친구의 말에 내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땐 정말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어. 근데 지금 우리반도 너무 재미있어. 한두명의 빌런이 섞여 있어서그런지 나머지 친구들의 단합이 더 잘되는것 같아ㅋㅋ"

내 말에 필리핀 친구도 크게 동의했다.

우리반에 우즈벡 여인이 있는데 케릭터가 워낙 강해서 수업분위기를 종종 갑분싸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학기때보다 평균 회화실력이 좀더 올라가서 그런지 친구들 사이에서 영어의 도움없이 프랑스어만으로도 대화가 (좀 답답할때도 있지만ㅋ) 진행이 된다는 점도 차이점인것 같다.

어느새 하늘이 컴컴해져서 우리는 결국 헤어졌다.

필리핀 친구는 12월에 자신의 생일파티를 한번더 상기시켜주며 그때 다같이 만나자고 했고 영국인 친구는 그 전에 우리를 보러 학교로 놀러 오겠다고 했다.
각 20대, 30대, 40대의 서로 다른 나이인데 이렇게나 잘 맞을수 있다니!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친 말.

"나 오늘은 술 안마셨어! "

자랑이다... 언능 씻고 내일 학교 갈 준비나 하시지...


아 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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