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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고양이가 주워온 아기새 그 뒷이야기

by 낭시댁 2017. 8. 9.

관련 글 보기: 고양이가 아기새를 물어다주었다 ㅠ. ㅜ

 

아기새를 만난 지 2주가 넘어가면서 부쩍 새가 기운이 넘쳐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내가 혹시라도 연약한 새를 다치게 할까봐서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곤 했었다.

물을 먹일때도 꽃잎에 물방울을 올려놓고 주면 새가 쪽쪽 받아먹었다. 자서방은 옆에서 고양이 사료를 물에 부시는중이다. 저걸 나중에 주사기에 담아서 먹였다. 사실 혼자는 잘 못해서 시어머니와 같이 하거나 혹은 시어머니께서 혼자서 먹이셨다.

회색 솜털이 점점 검은깃털로 바뀌고 있었다.

한번씩 달달 떨고있을때가 있어서 시어머니께서 깨끗한 행주를 깔아주셨다. 저걸 매일 빨아서 갈아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나중에는 핫팩을 전자렌지에 잠깐 돌려서 너무 뜨겁지 않은 상태로 식혀서 바구나 아래에 깔아주셨는데 효과가 매우 좋았다.

효과가 좋다함은, 더이상 떨지도 않고 기운이 점점 넘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마치 고양이들과도 맞짱떠도 될 만큼 기백(?)이 넘쳤다.

기운이 넘쳐서 날개짓도 혼자 파닥파닥 하는가하면 배고프면 밥달라고 지저귀기도 했다.

"알았다고~" 하면서 나는 파리채를 들고 온 집을 헤집고 다녔다. 시어머니께서 파리채로 유리창좀 때리지말라고 두번이나 경고하셨다. ㅎㅎ

그다음부터는 유리에 붙은 파리는 전기파리채(?)로 살짝 구워서(?) 먹였다.

시어머니께서 또 말씀하시기를 "아이고 미안하다. 전자 모기향이 꽂혀있었네. 모기 파리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게 당장 꺼주마"

 

평소에는 절대 손도 대기 싫었을 파리나 거미들을 내가 잡아서 여러번 잘게 부서질때까지 두드려서 젓가락으로 먹이는 수준이 되었다.

배고플때는 젓가락으로 주면 잘 받아먹는데 배고프지 않을때는 젓가락에 별로 반응하지 않아서 그럴때는 곤충들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비닐에 잘 싸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먹였다. 육즙이 빠지면 맛이 없으니까-

젓가락을 들고 설치고 있으려니 시어머니께서 뭐하는거냐 물으셔서 대답했다.

"원래 한국인들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잘 잡거든요"

허공에다 젓가락을 휘두르며 뻔뻔하게 말씀드리니 식구들이 모두 큰소리로 웃으며 내 농담을 받아주셨다.

"그래 그렇겠지"

집에 손님들이 올때마다 아기새를 보여주시며 자랑하셨고 우리 며느리는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다고 말씀하셔서 손님들이 매우 즐거워했다. 심지어 이웃집에 식사초대를 받아 온가족이 갔을때도 똑같이 말씀하셨다. ㅎㅎ

 

사실 새가 자라면서 나는 걱정이 좀 늘었다. 자꾸 움직임도 늘고 지저귐도 늘다보니 호기심쟁이 고양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것이다.

시어머니께서 이런 나를 보시고, 걱정말라며 내가 보는 앞에서 아기새를 고양이 코앞에 내밀었더니 고양이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기새가 혹시라도 아무도 없을때 바구니를 탈출해서 푸드득 거리면 위험할텐데...

날이 좋아 공기좀 쐬라고 내가 나무그늘에 바구니를 올려두었더니 이스탄불이 급관심을 보이고 있다.

날마다 나는 아기 칼새가 (얘가 칼새 새끼이다) 얼마나 자라야 날 수 있는지를 검색했다.

칼새는 평생 하늘에서 날며 사는 종이고 새끼를 돌볼때를 제외하고는 평생 하늘에서 사냥하고 먹고 자며 죽을때까지 절대 땅에 내려오지 않는 종이라고 한다. 새끼일때 난생처음 날게 된다면 그길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직 적어도 2주이상은 더 필요할 듯 한데 나는 곧 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서방은 "걱정마, 우리 엄마 믿어도 돼. 우리엄마가 분명 잘 돌봐주실거야" 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프랑스를 떠나던날 시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죄송해요. 제가 일거리를 하나 더 드리고 가네요ㅠ.ㅠ "

"아이고 괜찮다. 니 애기니까 나는 걔 할머니지 호호 내가 매일 사진 보내주마"

자서방은 옆에서 "봤지?" 하며 웃었다.

 

태국에 돌아온 후 처음 며칠간 시어머니께서 아기새 사진을 보내주셨다.

그러다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어느날 메세지를 보내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가 죽어있더라는 것이다... 엉엉...ㅠ.ㅠ 이유는 모르신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내가 더 죄송했다.

"아니에요.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다같이 즐거웠고 아기새도 사실은 덕분에 더 오래 살 수 있었는데요뭐"

 

아기새야. 다음생에는 둥지에서 떨어지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거라~

혹시 둥지에서 떨어질려거들랑 부디 꼭 내 앞에서... ㅠ.ㅠ

그때는 꼭 내가 하늘로 날려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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