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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크리스마스 케잌 시식하기

by 낭시댁 2020. 12. 23.

일요일 오후 시어머니께서 잠깐 차마시러 들르지 않겠느냐며 메세지를 보내셨다. 

"실은 미셸이 오늘 크리스마스 케잌을 고르려고 몇가지 종류를 한조각씩 사왔거든. 와서 같이 시식해보고 어떤 케잌으로 할지 골라주지 않겠니?" 

나는 당장에 달려가겠다고 답장을 드렸고 외투를 챙겨입었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자서방은 피곤하다며 나더러 혼자서 다녀오라고 했다. 

시댁을 가면서 생각했다. 이쯤되면 이 집이 누구네 부모님 집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대문 벨은 눌렀지만 현관이 열려있어서 그대로 밀고 들어가며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봉쥬~!!" 

이스탄불을 위해 지하실 문을 열어주시던 시아버지께서 먼저 맞아주셨고 시어머니는 멀리서 목소리만 들렸다. 

"잘생긴 내 아들도 같이 왔니~?" 

"아니요. 잘생긴 제 남편은 피곤하다면서 안왔어요~!!" 

 

시어머니께서 케잌 상자를 꺼내셨다. 

서로다른 모양의 통나무 케잌이 4조각 들어있었다. 

 

 

녹차를 한잔 내려서 거실로 돌아왔는데 시어머니께서 모웬 자리를 빼앗아서 앉으라고 하셨다. 

 

 

"그만 자고 일어나라, 츄바카-" 

 

 

안일어나길래 조심조심 엉덩이를 들이밀었더니 결국 모웬이 불만가득한 소리를 내면서 내려왔다.ㅋㅋㅋㅋㅋ

 

 

자는데 자리를 뺏겨서 못내 화가 났는지 다른데 가지도 않고 내 앞에 시무룩하게 앉아서 냐옹거렸다. 그걸 보고 시부모님과 어찌나 웃었던지 ㅋㅋㅋㅋ

동물번역기가 있었다면 아마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을 것 같다. 

내 자리 내놔...

그리고 나 추바카 아니라고... 

 

 

뭘해도 귀여운 모웬- 자리 뺏아서 미안해. 

 

 

모든 케잌을 3등분해서 함께 맛을 보았다. 

시아버지께서 팜플렛을 보시면서 각 케잌들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셨다. 

1. 오렌지 & 밤, 2. 모카, 3. 초코 4. 레몬바닐라

모두 다아~ 맛있었다! 조금씩 4가지를 모두 맛보니 더 좋았다!

"저는 바닐라가 좋은데요? 레몬향도 산뜻하고요. 여기에 알콜이 들어있다고 하셨나요? 그럼 더 좋죠!"

시어머니께서도 내 말에 동의를 하셨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계속 초코맛 케잌에 대한 이야기만 하셨다. ㅋㅋㅋ 시아버지는 초코케잌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내가 집에서 나올때 자서방도 그런말을 하긴 했다.

"우리 아빠는 무조건 초코케잌으로 사실거야." 

초코케잌도 맛있었기때문에 초코로 하자고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그럼 크리스마스때는 초코케잌으로 하고 31일에는 바닐라케잌으로 사오라고 하셨다. 역시 솔로몬 시어머니!


"이번 크리스마스때 음식 준비하시는거 제가 다 도와드릴게요. 그런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기때문에 꼭 제가 할일을 알려주셔야 해요."

"그래, 고맙구나. 그런데 어차피 우리끼리 조촐하게 지내기로 했으니 음식도 많이 안하려구. 이브날 저녁에는 부페식으로 차릴거야. 그냥 한번에 차려놓고 각자 떠다 먹는 식으로 할까봐.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그냥 푸아그라랑 코코방 정도...? 아참 너희집 냉동실에 넣어둔 소고기랑 닭은 절대 먹지 말거라. 크리스마스때 쓰려고 산건데 냉동실에 자리가 없어서 너희집 냉장고에 넣어둔거니까..."  

"올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너무 썰렁해요. 예전에는 길에서 집집마다 마당이나 창문에 화려한 장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안보이더라구요..."

"응 좀 슬픈 크리스마스지... 우리집에도 올해는 장식을 따로 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자서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집에서 귀가 간지러웠을텐데...

 

 

내가 다시 돌아올때 시어머니께서는 미리 챙겨놓으신 물건들을 비닐에 담아주셨다.

아침에 사오신 바게트와 허니머스타드 그리고 오리기름 2병- 

오리 기름은 우리도 있으니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서 뒀다 먹으라며 싸주셨다. 이거때문에 감자를 더 많이 먹게된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시댁에 왔다가 배도 채우고 두손도 채워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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