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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편은 나를 강하게 훈련시킨다.

by 낭시댁 2021. 11. 10.

일요일 아침마다 나는 남편에게 운전연수를 받는다. 이 동네에는 일요일날 상가들이 휴업을 하기 때문에 거리에 차가 없어서 나같은 초보 운전자들이 연습하기에 너무나 좋다.

그런데 남편이 오늘은 혼자서 운전을 해 보란다. 띠용...

"아직은 무리야. 나 혼자는 무섭다고..."

"나를 믿어. 와이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지난번에 내가 집 주변으로 도는 코스 두가지 알려줬지? 하던대로만 하면 돼. 혼자 있을때 평소에는 궁금하지 않던 점들이 생길거야. 그리고 자신감도 붙을거고!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 바로 달려갈테니까."

나가기 귀찮아서 저러는거 같은데...

"오늘 혼자서 돌아보고 나서 다음에는 나랑 다른 코스로 연습하자. 일단 내 말 믿고 한번 해봐."

맞는말 같기도 하고... 근데 이럴거면 운전점수로 41점을 줬으면 안되지...

결국 혼자서 내려갔는데... 시동이 안걸려서 남편이 내려와야했다.

근데 왜 남편이 하니까 바로 시동이 걸리는거지...

남편은 시동이 걸리는것만 보고나서는 뒤로 물러났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ㅡㅡ;

어미새가 아기새를 절벽으로 밀어버리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걱정마... 넌 날 수 있어... 난 믿어... 추락하지만 않는다면 넌 잘 날거야...


난생 처음 내가 혼자서 운전을 하다니!

집앞에서 우회전 깜빡이를 켠다는 걸 와이퍼를 켰다. 남편이 옆에 있는때는 한번도 안 헷갈렸는데. 남편이 이걸 안봤기를 바라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긴장은 좀 됐지만 일요일이라 차도 없고 확실히 느긋하게 차체 감각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남편이 알려준대로 (1코스: 오른쪽으로 동네 한바퀴/ 2코스: 왼쪽으로 한바퀴) 8자로 동네를 4바퀴나 돌았다.


그리고 낙옆이 지는 가로수 사이를 달리는 기분도 너무너무 좋았다! 아... 언젠가 나도 창문에 한팔 올리고 운전해야지...


주차도 한두번 앞뒤로 움직여서 제법 맘에들게 했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오니 남편이 씨익 웃으며 현관에 서 있었다.

“하하, 표정보니 자신감 붙었구만.”

"뭐 맨날 다니던 길인데뭐…🥴"

남편은 시원하게 웃으며 안아주었다.

"깜빡이도 한번도 안까먹었어. 근데 딱한번 우회전할 때 뒷차가 나한테 빵 거렸는데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 "

"신경쓸거없어. 아마 느려서 그런거지머."

"아 그런거같다."

"이리와, 오구 내 아내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은... 50점 줄게!"

"뭐랏! 겨우 50점?"

내 목표가 50점이긴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지도 않고 100점 주는 표정으로 50점만 주니 또 아쉽네.

"첫날 10점이었던걸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지. 난 내 아내가 너무 자랑스러워."

내가 불평했더니 남편은 한마디 붙였다.

"맨 처음에 시동도 못걸었으면서…"

아 그건 지금도 미스테리임

이제 나는 종종 이렇게 혼자서 운전연습을 하기로 했다.

뭔가 진짜 어른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 마흔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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