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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로렌지역의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의 날이 아니다.

by 낭시댁 2021. 11. 28.

지난주 토요일.
울언니가 부탁했던, 불란서 느낌나는 문구용품을 보러가려던 참이었다. 주말이라 트램도 무료니까 혼자서 잠깐 다녀와야지 하고 채비하고 있었는데 자서방이 말했다.

"엄마한테 같이 가자고 말씀드려봐. 그런건 엄마가 잘 알고 계실테니 혼자 가는것보다 나을것 같아."

"음... 혼자서 잠깐 둘러보고 오려고했는데... 뭐 어머님이랑 커피 한잔 하고 오는것도 좋겠다."

시어머니께 메세지를 드렸더니 샤워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하셨다.

"네, 저 지금 가서 차 한잔 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커피 사드릴거예요."

시댁 다이닝룸 창문에는 이번에 시부모님께서 스웨덴에서 사오신 예쁜 장식이 우아하게 매달려있었다.

차한잔을 내려와서 이스탄불과 거실에 잠시 앉아있으려니 시부모님 두분께서 모두 내려오셨다.

"오늘 어디어디를 가볼 예정이니?"

"그냥 서점이랑 또... 거기... 성... 미셸? 성미셸도 한바퀴 둘러보고 싶어요."

"성... 미셸?... 미셸은 여기있는데?"

조용히 커피를 드시며 신문을 보시던 시아버지께서 큭 하고 웃음이 터지셨다.

"성미셸 있잖아요... 막셰앞에 있는 쇼핑몰이요. 어머님 좋아하시는 그 레스토랑앞에 있는..."

"아! 성 세바스티앙!"

"와하하하하하 성미셸이라고 했나요 제가?"

나는 민망하기도 한데 웃겨서 목청껏 웃어재꼈다. 시아버지 이름을 마구 갖다붙이다니 ㅋㅋㅋㅋㅋ

"우리 미슈(시아버지 애칭)가 훌륭한 사람이긴 해도, saint(성인)까지는 아니란다. 호호호"

주말 무료인 트램을 타고 시어머니와 시내로 나왔다.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많아서 걷기만 해도 조금씩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맨 처음 서점으로 갔다.

언니야... 프랑스 학생들은 표지에 예쁜 그림이 있는 공책은 안쓰나보다. 블란서 느낌나는 공책이나 학용품 하나도 없어...

나는 빈손으로 나오는데 시어머니께서 카드를 하나 사셨다며 보여주셨다.

"바로 성 니콜라스란다. 성 미셸 아니고 호호호. 이곳 로렌지역과 알자스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산타클로스나 아기예수를 축하하는 날이 아니란다. 바로 이 성 니콜라스의 날이지. 한국의 조카들과 언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샀단다. 이거 보내주고 꼭 얘기해주려므나."

이 지역에는 12월 6일이 성 니콜라스의 날인데 우리나라에서 양력설을 지내는 가족들이 있는 것 처럼 이 곳에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대신 12월 6일 성 니콜라스의 날을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서방은 어릴적 반친구들 중에서 성니콜라스의 날에 선물을 받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다고- 왜냐? 자기는 아직 선물 받으려면 19일이나 더 기다렸어야했으니까. ㅋㅋ

"자, 그럼 이제 우리 어디로 가볼까?"

"성...세바스티앙이요!"

"오, 그래 성 미셸! 호호호"

이곳이 바로 성 세바스티앙이다. 내가 성미셸이라고 불렀던 ㅋㅋㅋㅋㅋ

"성 세바스티앙앞에 세워진 저분이 성 니콜라스란다!"

빨간옷과 수염이 심상치않아 보여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이분이 산타클로스의 시초였던 인물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산타클로스

그러고보니 마트에서 저 형상의 초콜렛이나 장식품을 파는걸 많이 봤다는걸 깨달았다.

성 세바스티앙 몰에서는 외할머니 선물을 하나 보내드리고 싶어서 둘러 보고 있었는데 parfois라는 가게에서 시어머니께서 목도리를 하나 골라주셨다. 너무 예뻐서 바로 샀는데 심지어 세일중이었다! 완전 따뜻해보인다!!

시어머니께서 점원에게 선물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렇게 스테이플러를 꽝꽝 박아줬다.ㅋ

할무니 이거 따뜻하다... 쫌만 기둘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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