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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냥집사들은 이럴때 가슴이 철렁한다...

by 낭시댁 2022. 4. 21.

일요일 오전이었다.

내가 무식이랑 놀고 있을때 자서방이 거실 구석에서 무식이가 토해놓은 흔적을 발견했다.

하마터면 밟을뻔했다며 자서방이 좀 크게 떠들었다. 그러자 무식이가 자기도 잘못한 것을 아는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구석에 들어가서 눈치를 보는것이 아닌가...?

자서방은 라텍스 장갑까지 끼고와서는 온갖 생색을 다 내며 닦고 뿌리고 닦고를 반복하며 말끔하게 청소를 끝냈는데 무식이 표정이 너무 심각하다. 혼날까봐 걱정하는 표정이랄까...

브리더님댁에 살때는 이런걸로 심하게 혼이 났던걸까...? 🤔🤔 그루밍을 하느라 털을 삼키는 고양이로서는 이따금씩 토하는건 어쩔수 없는거라고 생각하는뎅...

무식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기죽지 마!

그런데!

무식이가 사라졌다.

이방저방 다 뒤져봐도 없다.

마침 복도청소하시는 분들이 오는 날이라, 밖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는데, 우리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상이 다 들기 시작했다. 혹시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무식이를 데려간건 아닌가...

다락방에 들어갔다가 무거운 상자가 무너져서 깔린건 아닐까... 라디에이터뒤에 들어갔다가 뜨거운 관에 다친건 아닐까... 창밖으로 혹시 뛰어내렸나...

말로는 '별일 없을거야' 라고 말하던 자서방은 또 일어나더니 집안 라디에이터를 모두 껐고 휴대폰으로 한번 더 구석구석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서 확인했다. 그 좋아하는 간식도 그릇에 덜어서 냄새로 유혹해보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흔들면서 소리로도 유혹은 해보았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우리는 점점 최악의 상황을 상상을 하며 그야말로 온 집안 구석구석을 몽땅 다 헤집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러 저녁때가 다 되었고 여전히 무식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티비앞에 앉아있었지만 아무것도 머릿속에 안들어왔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는데 내 손을 잡아주며 별일 없을거라며 위로하던 자서방의 표정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 자서방이 뭔가 기척을 느꼈는지 갑자기 티비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달려가더니 티비밑에 있는 큰 서랍을 열어보고는 큰 소리로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무식이 찾았다...

다른방 큰 서랍들은 다 뒤졌지만, 이 서랍으로는 들어갈 구멍이 없다고 생각해서 안열어봤는데 뒷편으로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이었다. 겁먹고 구석을 찾아 숨어들다가 구멍을 발견하고는 들어갔던 것인데, 막상 나올때는 어떻게 나오는지를 몰랐나보다... ;;

무식이는 이곳에 스스로를 감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나절동안이나...;;

그러다 끙끙거리고 발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를 자서방이 용케 감지했다. 나는 못들었음;;

서랍 개구멍은 이제 막혔다.

우리는 이제서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자서방은 솔직히 자기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며 뒤늦게 수다를 쏟아냈다.

"나 갖혀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무서웠던 몇시간이었다. 마음같아서는 혼내주고 싶었지만 또 숨을까봐 그냥 사랑으로 맞아주었다. 잘한것도 없는데 간식도 실컷 줬다.

이제는 그르지마... 을매나 놀랬다고... ㅠ.ㅠ

자서방도 토하는걸로는 절대 눈치 안줄거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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