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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부모님과 다녀온 테네리페 여행

스페인 수영장에서 겪은 사소한 문화충격

by 낭시댁 2022. 6. 27.

기온이 22도 안팎을 유지했던 터라 수영장은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시엄니랑 사진도 마음껏 찍고-

어머님께서 한 100장 찍어주신것 같은데 (내가 모르게 찍어서 자서방에게 수십장씩 보내셨다.) 그 중에는 잘나온 사진들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수영장에서 수경을 끼고 작정하고(?) 수영하는 사람은 며칠간 나 하나뿐이었는데 이날엔 수경뿐만 아니라 오리발과 손에끼는 핀까지 장착하고서 쉴새없이 수영장을 돌고 있는 백인여성이 나타났다. 지치지도 않고 몇바퀴를 선수처럼 돌고 있는 그녀가 너무 멋져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가 근처에 왔을때 그녀를 향해 외쳤다.

"브라보! 저는 세바퀴 돌고 지쳤는데 어쩜 안지치시나요?"

(어느새 나도 시어머니를 닮아가는건지 처음보는 사람들한테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있는 내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그녀는 수경을 벗더니 나에게 살갑게 대답을 해 주었다.

"저도 지쳐요. 몇바퀴나 돌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이거 한번 해보실래요? 이거 끼고 수영하면 완전 쉬워요!"

그녀는 처음보는 오지랖넓은 동양인 여자에게 본인이 발에 끼고있던 오리발을 벗어 주었다.

"이건 오른쪽발 이건 왼쪽발에 끼세요. 수영이 하나도 안힘들거예요."

"오호 감사합니다."


나는 호기롭게 그녀의 오리발을 받아신고서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며 잠형으로 출발했다. 인어처럼 우아하게 저 멀리까지 한번에 미끄러져가려고 했는데... 속도가 빨라지니(비상!) 비니키가 벗겨질라고 해서😂😂😂😂  속도를 늦춰야만했다.

잠시후 내가 핀을 돌려줬더니 그녀는 더 써도 된다고 사양했다. 하지만 제 수영복이 싫다네요... 😂😂

그녀는 예쁜 얼굴만큼이나 참 친절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왜그리 낯선사람들과 대화를 즐기시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함…

이날부터 그녀와 나는 수영장에서 마주칠때마다 짧게 대화를 나누고 같이 수영을 했다. 유일하게 수경끼고 운동삼아 수영하는 사람은 그녀와 나 둘 뿐인지라 그녀도 나를 볼때마다 반갑게 다가왔던것 같다. 그녀가 올때마다 시어머니께서는 "니 친구왔다." 라고 하셨다.😆


며칠 후 나보다 늦게 수영장에 도착한 그녀가 물속에 있던 나를 내려다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동시에 그녀는 머리를 묶느라 비키니 차림으로 양 팔을들어 올렸는데 그 순간... 내 동공은 지진을…

수북한 겨털을 당당히 드러내고 머리를 묶다니... 나에게는 문화충격이었다.  람부탄...



그녀는 미국식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했는데 겨털이 자유분방한 그녀의 국적은 어디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중에 자서방에게 말했더니, 프랑스인은 아닐것 같다고...

물론 나는 그 정도로 그녀를 판단하진 않는다. 그녀는 아주 상냥하고 아름다웠다!! 그저 내가 촌스러워서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한것일 뿐...

수영장에서 상의를 탈의할채 아무렇지 않게 하늘을 향해 누워서 선택을 즐기는 여성들도 (처음본것도 아닌데 볼때마다) 내 눈에는 마찬가지로 놀랍다. 안보는척 하면서 힐끔힐끔 보거나 촌스럽게 우리언니한테 내가 본거 전화로 들려주기ㅋ 😆😆
(자서방은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 없냐고 되묻지만-)


나도 내 겨털을 향한 집착을 좀 내려놔도 되려나... 그래도 상의탈의는 죽었다깨어나도 못할것 같다.

우리 친정엄마는 내가 시아버지 앞에서 비키니입고 돌아다니는 것도 기겁하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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