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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부모님과 다녀온 테네리페 여행

아름다운 산타크루즈, 맛있는 요리, 그리고 웃음보 터진 고부

by 낭시댁 2022. 6. 10.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8시무렵이 되었을때 우리는 근처에 있다는 맛집을 찾아 걸어가기로 했다.

산타크루즈 도심을 넓직하게 가로지르는 산책길을 따라서 시원한 저녁공기를 마시며 걸어갔다.

거리의 풍경이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야자수와 선인장들이라...
특히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온통 바싹 마르고 황량한 모습이라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시원한 저녁공기를 맞으며 시부모님과 맛집을 찾아가는 길!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저 여기 너무너무 좋아요! 선인장, 야자수도 예쁘고 집들도 너무 예뻐요!! 저 여기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이 마음에 든다니 내가 다 기분이 좋구나!"

말씀이 없으신 아버님을 향해 나는 한번더 감사인사를 드렸다.

"저 여기 데려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님은 이미 알고 있으시다는듯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우리가 찾아가는 레스토랑의 이름은 "Taberna Ramón" 이라는 곳이었다. 작년 시동생이 테네리페 여행중 들렀다가 너무 좋았다며 추천해준 레스토랑인데 나중에 내가 인터넷에 [테네리페 가볼 곳]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네이버 추천 100가지 장소중에 무려 5위로 나온 장소였다.

문제는 너무 작은 레스토랑인데다 맛집이라 예약을 하지 않고는 식사가 너무 어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서 안되겠다는 거절을 들었지만 (우리앞에 도착했던 일행도 똑같은 대답을 듣고 떠나야만 했다.) 어머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보이는 직원에게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듯 스페인어로 살갑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오늘 막 테네리페에 도착했는데, 우리 아들이 이곳에 꼭 가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이다, 이베로스타호텔에서부터 걸어서 온 것이니 기다리라면 문앞에서 기다리겠다, 대충 이런식으로 말씀 하셨다. 중년의 남자 직원은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까지 계시니 차마 거절을 못했던지 잠시만 그럼 기다려보라고 했고 결국 10분도 채 안돼서 우리는 테이블을 얻을수가 있었다! 👏👏👏

레스토랑 내부는 정말 아담한 크기였다. 북적이는 손님들로 분위기가 꽤 시끄러웠지만 뭔가 스페인스러운 분위기를 처음으로 만끽하는 기분이 들어서 좀 설레기도 했다.

내가 식전빵과 함께 나온 올리브유에 관심을 보이자, 아버님께서 본인의 올리브유를 나에게 주셨다. 이때부터 나는 여행중에 아버님께서 주신 모든 올리브유와 버터, 설탕등을 기념품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자서방 선물이라며...ㅋ


"나는 스페인 사람들이 이래서 참 좋아. 감정표현이 너무 솔직해서 자칫 거칠어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사람들이 인정이 있거든. 나랑 참 잘맞는것 같애."

우선 맥주를 세잔 시키고 기쁘게 친친! 테네리페에서의 첫잔을 부딪혔다.
(프랑스어로 건배썽떼이고, 건배할때 우리가 - 이라고 하는것처럼 프랑스에서도 - 혹은 친친-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스페인빵은 프랑스빵에는 못미치지만 항상 따뜻하게 데워서 나오니까 맛있어. 따뜻할때는 모든 빵이 맛있단다. 아마 대부분 이곳 레스토랑에서는 냉동빵을 사용하고 있을거야."

테네리페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모든 식사때마다 식전빵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따뜻하고 바삭한 상태라서 버터나 올리브오일과 함께 맛있게 먹었는데, 알고보니 이 식전빵은 무료가 아니었고, 나는 그 사실을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무료가 아닌걸 알았어도 먹었을것 같다..

"저기 신선한 야채들을 보렴! 스페인에 오면 꼭 토마토를 먹어야 해. 메뉴에 토마토가 없더라도 스페인 여행에서 나는 토마토샐러드를 종종 주문한단다. 그럼 어느 레스토랑이든지 메뉴에 없더라도 토마토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어주지! 스페인 토마토는 정말 맛있어!."

그렇게 우리는 다같이 나눠먹는 전채메뉴로 토마토 샐러드와 깔라마리를 주문했다. 둘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각자 먹을 메뉴를 고를때, 나는 오징어요리를 시킬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머님께서 Secreto Ibérico 라는 메뉴를 추천해 주셨다.


"너 돼지고기구이 좋아하잖니. 이건 죽기전에 꼭 먹어봐야 할 요리야."

자신있는 어머님의 말씀에, 아버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오징어요리는 내가 시킬테니 같이 나눠먹자."

그렇게해서 나는 시어머니를 따라서 돼지고기 항정살 구이인 Secreto Ibérico를 주문했고 아버님은 오징어 요리를 주문하셨다.

보기에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데 고기가 너무 잘 구워졌다. 겉은 바삭고소하고 속은 육즙이 살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소스가 특별하다. 꿀이 들어간 듯한 달콤한 소스인데 고소한 돼지고기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아버님이 주문하신 오징어 요리.

덜어가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돼지고기 한조각과 공평하게(?) 바꾸었다.

테네리페에서의 우리의 첫 식사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우리에게 살갑게 대해주어서 더 즐거웠다. (어머님의 성격과 스페인어 덕분임ㅋ)

"우리, 마지막날 이곳에서 한번더 식사를 하러오자꾸나. 그때는 미리 예약해야겠어."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

길건너 보이는 원형경기장. 투우 경기장이라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름다운 산책로. 걷고싶게 만드는 장소였다.

맛있는 음식들로 배도 부르고, 매우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낯선 도시의 첫 밤공기를 만끽하고 있을때 어머님께서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이셨다.

"저기 저 빨갛고 회색인 조형물 말이다, 네눈에는 어떠니? 예쁘냐?"

"네 예뻐요.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게 제눈에는 다 예뻐요!"

"진짜 저게 예뻐? 내눈에는 흉측한데... 꼭 남성의 신체부위같지 않니? 호호호호, 아이 남사스러워라."

"아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씀 듣고나니 다시는 안예뻐보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딱 처음부터 그렇게 보였는데?? 울랄라 저쪽에 저 여자 이걸 가까이서 사진찍는것좀 봐, 저 여자도 예뻐서 찍는건 아닐거야. 호호호"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길에서 한참동안 깔깔거리며 이제는 남사스럽게 보이는(?) 조형물을 흘끔거렸다.

우리 어머님의 농담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웃느라 소화도 더 잘되는것 같아 저는 항상 감사합니다. 😆😆

호텔로 돌아와 아름다운 야경을 한번 더 눈에 담은 후에 잠이 들었다. 내일 조식 먹을 생각에 가득 설레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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