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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로렌대학교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by 낭시댁 2022. 12. 2.

선생님께서 지난주 수업중에 이런 제안을 하셨다. 

 

"로렌대학교 라디오 방송국에서 녹음을 해 보는게 어떨까요? 각자 프랑스에 와서 느꼈던 문화충격등 다양한 이야기를 녹음해 보고, 방송 담당자가 판단했을때 괜찮다 싶으면 실제 방송에 내보내는걸로요." 

 

개인적으로 나는 참 좋은 생각인것 같아서 적극 찬성했다. 

 

"프랑스앙포나 RFI도 아니고 그냥 교내방송일뿐이예요. 거기다 라이브도 아니니까 부담가질 필요없어요.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느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 말씀에, 몇몇 망설이던 친구들도 모두들 동의를 했다. 

 

수업중 우리는 각자 프랑스에 와서 처음 느꼈던 문화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작성한 후 최대한 자연스럽게 프랑스인처럼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사흘 후인 수요일 아침,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학교 정문에서 만나 라디오 방송국으로 찾아갔다.

친구들은 다들 들뜬 표정이었다. 

 

"다들 집에서 연습했어?" 

 

"나는 어제 저녁에 남편 더러 한번 들어봐달라고 했더니 축구 전반전 끝날때까지 기다리라더라..." 

 

"그래서?" 

 

"전반전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후다닥 읽었지. 그냥 대충듣더니 잘했다고 하더라."

 

하하하 카자흐스탄 친구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비슷했어. 남편이 바쁘다길래 따라다니면서 등뒤에다 대고 줄줄 연습한거 말했어ㅋㅋ 훌륭하대. 물론 제대로 들은것 같진 않지만."

 

 

낙엽냄새 가득한 작은 골목을 따라 방송국을 찾아갔다

방송국으로 건물로 들어갔더니 한 여성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총 8명이라 4명씩 나누어서 녹음을 했다. 나는 모로코, 이란, 카자흐스탄 친구와 함께 먼저 녹음을 했다. 

 

선생님께서 진행을 맡으셨는데, 우리는 호흡이 정말 좋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미리 연습했던 문화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이외의 대화는 모두 즉흥적이었다. 프랑스에서 느낀 여성의 지위, 그리고 프랑스어에 대한 각자의 의견등등- 공백없이 우리 네 사람은 고루고루 사운드를 채웠다. 환상의 호흡! 

 

내가 준비한 문화충격은 내가 항상 말하는거 ㅎ

[처음에 시부모님 이름을 부르는게 어려웠어요. 마찬가지로 남편이 한국에 처음 왔을때 우리 부모님 이름을 물어봤는데 그때 저는 "우리 엄마이름은 엄마이고, 아빠 이름은 아빠야" 라고 대답해줬어요. 그리고 프랑스어로 참치는 뜻하는 단어인 "똥"과 똥을 의미하는 "까까"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전혀 다른 의미랍니다...]

 

이란친구는 프랑스 비쥬는 이란의 비쥬에 비해서 너무 단순해서 놀랬단다. (그게 나는 더 충격이다ㅋ) 이란에서는 비쥬를 양볼에 한번씩 하는게 아니라 두번씩 하고 동시에 악수까지 한단다. 한국인 입장에선 상상만 해도 부담된다.

 

모로코 친구는 맛있는 쿠스쿠스를 만들어서 옆집에 갖다줬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며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가엾어라...

 

카자흐스탄친구는 얼마전 우리가 프랑스 ministre를 만나는 자리에서 방글라데시 학생이 본인이 동성애자라고 거리낌없이 말한 장면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낭시의 전 시장도 동성부부였다.) 

 

프랑스와 고국을 비교했을때 여성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을때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프랑스에서의 여성의 위치가 높다고 말했다. 고국에는 여자 경찰도 없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이란친구는 프랑스에서 여자 트럭기사를 봤을때 굉장히 놀랬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은 프랑스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녹음은 15분 정도 걸린것 같은데 대화내용도 재미있었고 아주 성공적으로 끝냈다.  

두번째팀도 순조롭게 녹음을 마쳤다. 

 

일찍 마친 우리는 뒤에 느긋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며 두번째팀이 긴장하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했다ㅎㅎ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녹음을 도와주신 테이크션 여성도 우리 녹음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말하며 꼭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방송에 함께 나갈 음악까지 함께 골랐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 선생님께서는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렇게까지 잘해줄지는 솔직히 몰랐거든요. 누구 한사람 빠지지 않고 전부다 똑같이 훌륭했어요!" 

 

나는 선생님께 따로 감사인사를 드렸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는 체험이었어요." 

 

생각보다 녹음이 일찍 끝난 우리는 평소보다 긴 휴식시간을 가졌고, 카페테리아에 둘러 앉아서 오래오래 흥분을 가라앉혀야했다. 

 

방송에는 과연 어떻게 나갈것인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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