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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수영 예찬 (feat.공포의 스노클링 에피소드)

by 요용 🌈 2019. 9. 5.

한국에 있는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수영이었다. 방콕에서는 원하는 언제든 콘도 수영장에서 쉽게 수영을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던 조깅도 미세먼지가 겁나서 점점더 어려워지고.. 

결국 운동을 점점 멀리 했더니 뱃살만 늘었다. ㅠ.ㅠ 

 

그래서 방콕에 있는 요즘에는 하루에 한번씩은 꼭 수영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날도 내가 수영하러 내려간다고 수영복을 챙겨서 나서고 있었다. 자상한 자서방이 내 배를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하는 말,

"물에 잘 뜨겠네.." 

한대 철썩.. 

이건 맞아야 돼..

"내가 이정도로 물에 뜰거같으면 넌, 보트냐?!"

식식거리며 싸우자고 덤볐더니 좋다고 막 웃는다ㅎㅎ 그래.. 나도 웃기다야..

 

한 25미터정도 되는 수영장을 최소 열바퀴는 돌자고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너무 오래 운동을 안했더니 이것도 막 숨이 턱까지 찬다. 중간에 너무 쉬어서 오래 걸린다 ㅎㅎ 

 

열바퀴 돌고나서 물밖으로 나오려는데 두돌쯤 돼 보이는 완전 어린 여자애가 춍춍 걸어오더니 내가 있던 깊은물로 갑자기 첨벙 뛰어들었다. 나는 아이가 얕은 어린이 수영장에서 놀다가 잘못 디딘건줄 알고 깜짝 놀래서 구해주려고 애기 엄마를 쳐다봤는데, 애기 엄마가 느긋하게 웃으면서 나더러 그냥 두라는 손짓을 했다 ㅎㅎㅎ

아이는 잠시 잠수를 하고나서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더니 글쎄 수영을 어찌나 잘하던지.. 입이 쩌억 벌어졌다. 내눈에는 그저 기적으로 보였다 ㅎㅎ 

사실 지켜 보면서도  조마조마 했는데 애기 엄마는 정작 옆에 벤치에 누워서 휴대폰만 보고 애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엄마는 태국인 아빠는 서양인이었던지 혼혈외모를 가진 너무 귀엽고 작은 아이였는데 수영은 최소 신동이었다. 

난 그렇게 어린애가 수영을 그 정도로 잘 하는걸 처음 보았다. 

물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다이빙 첨벙, 잠수도 하고 마치 돌고래같은 몸짓이랄까.. 

아이가 너무 신나게 놀아서 나는 한참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워메... 

 

집에 올라오자마자 자서방에게 아직도 놀란 표정으로 내가 본 장면을 알려 주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나 물과 친했고 수영을 잘했어. 아주 어릴때부터 깊은 물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자랐지. 제대로 된 수영은 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면서 교정을 받은거지만" 

"유럽에서는 어릴적부터 다들 그렇게 수영을 잘 하는거야?"

"아, 다 그런건 아니야. 내 동생은 어릴때 항상 물을 무서워 했거든ㅎㅎ 근데 적어도 초등학교때 부터 수영을 학교에서 배우니까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  

난 수영얘기가 나오면 오래전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스노클링을 했던 게 항상 떠오른다. 

친한 친구 4명과 배를 빌려서 바다에 나갔는데 느긋하게 물속에 집중하며 잠시 놀았을 뿐인데 고개를 들었을때 배가 이미 저 멀리 멀리에 있었고 친구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뿔뿔이 떠내려간 상황이었다. 허겁지겁 서로 튜브도 던져주고 배로 한명씩 구조를 했는데 우리는 너무 놀란마음에 잠시 배위에 멍하게 앉아서 진정을 시켜야만 했다. 

그때 우리 바로 옆에는 어린 서양여자아이가 구명조끼도 없이 ㅎㅎㅎ 어찌나 평화롭게 잘 놀고 있던지.. 조류따윈 무시하는 몸짓..  우리는 순간 너무 무안했다. ㅎㅎ 우리도 꼭 수영을 재대로배우자며 ㅎㅎ

아, 근데 진짜 이야기는 우리가 조류가 약한곳으로 장소를 옮기는 도중에 망망대해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한국인 남성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구조를 하기위해서 배를 돌려서 접근을 했는데 우리를 발견한 그사람은 다른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친구 한명이 더 멀리 떠내려 간지 꽤 오래 됐으니 그녀를 먼저 구해달라고 외쳤다. 그길로 우리는 재빨리 뱃머리를 돌려서 그남성이 가리키는 쪽으로 가서 기운도 없이 둥둥 떠있던 한국인 여자 한사람을 구조할 수가 있었는데, 그녀는 우리 배위로 올라와서 한참후에야 정신이 들었던지 울음을 터트렸음;;; 정말 많이 놀랬을것 같다;; 사실 그남자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발견하기도 어려웠을것 같다. 이미 너무 지쳐있었고 표정에서 너무 많은걸 느꼈다;;

우리처럼 구명조끼입고 신나게 스노클링하다가 갑자기 표류한건데.. 큰 배라 많은 인원들이 죄다 뿔뿔이 떠내려 간 것 같다고..  

스노클링이 그렇게 무서운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근데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그정도의 조류를 다시 겪어 보지는 않았음..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때 수영을 의무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어릴적부터 물과 친한건 평생 좋은 자산이 되는것 같다. 우리 자서방 물속에서 물개가 되는거 보면 참 부럽다. 

내가 가르쳐 달라고 하면 항상 하는말,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게 아니야. 나는 물에서 저절로 익힌거라 너도 물과 좀더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부족하지만 그래도 수영을 배우고 나니 이만큼 좋은 취미생활이 없다. 나이를 먹으니 슬슬 관절도 걱정되고 허리도 한번씩 삐걱 거리는데.. 

시댁친척들과 바다에 가면 여전히 나만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탈구명조끼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