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고나서는 매일 수영하는게 하루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해가 좋은날은 좋아서 비타민D를 섭취하기위해 나가고 해가 안좋은날은 뜨겁지 않으니 마음껏 배영으로 둥둥 떠다니며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수영은 참 좋다.
오늘은 하늘이 계속 우중충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수영을 다녀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이미 저쪽 동네는 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네..
동남아 날씨는 참 희한한것이 바로 옆동네에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이쪽은 멀쩡할때가 종종있다.
어우야.. 먹구름이 심상치가 않아서 수영은 안되겠다.
마침 휴일이던 자서방은 그냥 같이 영화나 보자고 꼬득이지만 난 그래도 최소의 운동이 필요한 상황인것 같다.
"그럼 오늘은 수영대신에 헬스장에 가야겠어"
물 한통과 함께 혹시 몰라 수영복까지 챙겨서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는 평일 헬스장- 너무 좋아..
이미 비는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고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러닝머신을 하는데 갑자기 너무 센치멘탈해졌다.
최근에 우연히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당시 내가 즐겨듣던 배경 음악들을 본 후로부터 요즘에 90년대 음악을 자주 찾아듣고있다. 나도 늙어가나보다. 자꾸 옛날 추억들이 그립고 친구들고 그립고 그러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런거지뭐..
내 싸이월드 단골 배경음악- 원타임(&태빈), 윤미래(T).. 캬.. 이들 앨범에는 좋은 노래가 너무도 많았음..
원타임과 윤미래 노래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으며 뛰었더니 4킬로가 금방 지나갔다. 비오는 창밖 풍경과 내 감성을 깨우는 추억의 음악들
힙합전사 원타임들도 이제는 나랑 같이 늙어가고있겠구나..
땀을 흠뻑빼며 운동을 마친후에도 수영장 옆에 있는 반 야외 소파에 기대앉아서 한동안 옛날 음악 감상을 이어갔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비가 거의 그치고 나니 청명하고 시원한 공기가 몰려왔다.
어릴때 여름방학때 장마철의 기억도 나고.. 집에서 엄마가 해 주던 따뜻한 음식들도 그리워졌다.
그리도 더 몰려오는 추억들.. 10년전, 15년전... 친구들과 스쳐간 인연들... 등등...
비오는날 동동주 파전 생각나네.. 크하.....
멋모르던 시절에도 비만 오면 그 핑계로 우리는 동동주집으로 몰려가곤 했는데..ㅎㅎ
한참후에 집으로 올라왔더니 우리 자서방 쪼르르 나와서 맞아준다.
“니가 좋아하는 치킨 수비드 해놨어. 감자도 쪄놨으니까 같이 먹으면 돼”
그래 비오는날에는 수비드 치킨에 감자가 최고지...
"남편, 하늘 좀 봐. 비온 후 석양이 너무 예쁘다 그치?"
휙 돌아보더니 "어 그러네"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남편
비록 이런거 잘 감상할 줄 모르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지금 남편과 나누는 시간들도 십년후 비오는 날에는 너무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돼 있겠지.
고마워
뭐가?
수비드 치킨해줘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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