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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기죽은 옆집 고양이

by 낭시댁 2020. 8. 8.

시어머니께서 딸기를 가지러 오라고 하셔서 잠깐 시댁에 들렀을때였다. 

내가 테라스에서 시어머니와 잠시 앉아서 콜라를 마시는데 모웬과 이스탄불이 찾아왔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은 몸이 완전히 차가웠다. 아무래도 지하실에 있다 왔나보다. 

언제나 반겨주는 살가운 녀석들

정원에서 계단을 올라오시던 시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고양이가 이래놨구만..." 

시어머니는 잘 못들으셔서 되물으셨고, 시아버지는 큰 소리로 한번더 말씀하셨다. 

"틱스가 이래놨다고... 틱스가 담장에서 여기로 뛰어내리다가 부러뜨렸다고..."

마침 옆집에서 인기척이 들려서 내가 한번더 크게 말했다.

"아이고... 틱스가 부러뜨려놨구나. 고칠 수 있어요?"

"못고치지... 뭐 괜찮아... 별거아니야..."

시아버지는 부러진 식물의 머리를 들고 한숨을 쉬시더니 화분 한켠에 그대로 올려놓으셨다.

그러게... 딱 저기네... 틱스가 허구한날 뛰어내려서 이스탄불을 놀래키는 딱 그자리...

그걸 아시면서도 우리 시아버지는 틱스가 좀더 편하게 뛰어내리게 해 주실 의도는 없으신듯 화분들을 계속 그곳에 갖다놓으신다.

옆집에도 마침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있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왠만하면 다 들렸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네...

마침 잠시후 틱스가 담장위로 얼굴을 내밀었을때 우리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은밀하게 속삭이셨다.

"며칠전에 또다른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서 틱스가 아주 혼쭐이 났거든. 그때부터는 쟤가 담장을 잘 안넘어오고있어. 겁먹었나봐. 맨날 저기서 저렇게 우리집을 감시만 하고 있지. 그리고나서 저녁에는 지들엄마한테 가서 이집에서 뭘 봤는지 다 말하겠지...? 난 쟤가 여전히 밉지만 요즘은 좀 괜찮아.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아서..."

우리가 괜히 스파이라고 불렀던게 아니다. ㅋㅋ 틱스는 처음부터 저렇게 이집을 감시해 왔으니까 ㅎㅎ

계단에서 우청룡좌백호를 자처하고 앉아있는 녀석들

모웬의 가슴털이 길어지는걸 보이 이제 털이 가장 극심하게 빠지는 시기는 끝이나고 서서히 다시 회복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자... 얘들아 이럴때일수록 더 중요하단다. 비록 제 3의 고양이때문에 혼쭐이나서 기가 죽은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 흐름을 잘 타서 너희들이 늠름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틱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화분 잘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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