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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남편을 뺏겼다.

by 낭시댁 2020. 9. 7.


이른아침에 눈을 떠 보니 옆자리에 남편이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일요일 오전 6시 반인데!

밖으로 나오니 내 발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나타난 남편이 퉁퉁 부운 얼굴로 말했다. 

"나... 밤새 한숨도 못잤어. 무스카델이 야옹거려서..."


아... 저런...

원망스러운 눈으로 무스카델을 바라보는 남편. 이 모든 소행의 범인 무스카델은 밤새 야옹거리면서 남의 밤잠을 설치게 해놓고 자기는 아침에서야 잘도 자고 있었다.  

"무스카델이 이제 잠들었으니 나도 좀더 자러 갈게..." 


아... 지못미... 혼자서 무슨 갓난아기 키우는것도 아니고 ㅋㅋㅋ

무스카델이 밤새 야옹거리면서 우리 침대 주변을 맴돌던걸 나도 기억하고 있다. 야옹 소리가 얘는 좀 남다르다. 스타카토로 짧게 양~ 양~ 하고 다니는데 낮에 들으면 굉장히 귀엽다. 

그런데 아무리 귀여운 소리라도 밤에 잘때라면...

솔직히 나는 제법 잘 잤다. ㅋㅋㅋㅋ


우리가 입양을 확정했을때 브리더가 이것저것 무스카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한 말이 얘는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과연 남편만 밤새 괴롭힌 것이다.

안그래도 엄청 피곤한 상태였는데 남편은 옆에와서 귀찮게 하는 무스카델을 물리치지 못하고 밤새 다 받아준 것이다. 밤새 대화를 하고 혹시 원하는게 있는지 사료와 물 모래 상태도 확인하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하고 말이다. 자서방은, 무스카델이 왠지 여러 고양이들과 매일밤 같이 자다가 이곳에 와서 밤에 갑자기 외로워진건 아닌지 걱정된다고도 했다. 

지금도 남편은 저쪽 방에서 무스카델에게 뭐라뭐라 계속 떠들고있다. 두얼굴의 무스카델은 저녁부터 이른 아침까지 엄청 사람을 따라다니며 잠을 못자게 하지만 낮에는 혼자 있는걸 좋아하는데... 침대 밑에 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낮에는 나도 왠만하면 안건드리고 그냥 둔다. 가뜩이나 아직 낯설어서 혼자 있고 싶어할때는 내버려 두자고 자기가 말했으면서... 뚱한 표정으로 구석에 숨어있는데 그걸 또 찾아내서 계속 말을 걸고 있다.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이다.

"잘 먹어야 돼... 잘 마셔야 돼... 아빠한테 올래? 그치... 아빠한테 오고 싶지..."  


저런 면이 있었던가...

이제는 내 스팟도 무스카델이 차지해버렸다.

 

 

남편과 티비를 보다가 내가 옆으로 가니까 빤히 쳐다본다. ㅋㅋㅋ

 

 

잘때는 남편 옆자리가 지정석이 되었다. 

 

 

저러다 내 쪽으로 바짝 붙으면 내가 농담조로 나 밀지말고 무스카델 밀으라고 ㅋㅋㅋ 

무스카델 앞에서 괜히 보란듯이 남편한테 뽀뽀도 더 많이 하면서 말한다. "봤지? 이남자 내꺼야." 

남편은 출근할때마다 말한다. 

"어차피 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잖아. 결국은 너를 더 좋아하게 될거야. 부럽다..."

ㅍㅎㅎ 부러울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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