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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니 여권 세탁한거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by 낭시댁 2021. 12. 9.

문득 무스카델의 이동가방을 세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웬이 쓰던걸 그대로 물려받은건데 그냥 써도 됐는데... 괜히 세탁하다가 사고를 쳤다.

세탁기에 바로 돌릴까 하다가 좀 불리고 싶은데 양동이도 너무 작고 결국 쓰레기봉지 큰 데다 뜨거운 물을 담아서 그 속에 세제와 함께 가방을 넣고 꽁꽁 싸맸다. 그리고는 속으로 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다가 사진을 찍어서 거실에 있는 자서방 휴대폰으로 보냈다. 칭찬해달라고 ㅡㅡ;

2초후 거실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자서방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리고는 내가 애써 묶어놓은 봉지를 풀더니 급하게 가방을 구출해 내는 자서방.

옆에 작은 포켓이 있었는데 거기에 무스카델의 중요한 서류들이 다 들어있었던 것이다. 동물병원에 백신맞으러 갈때 코로나때문에 나는 동행을 한 적이 없어서 자서방이 서류들을 거기 보관하는줄을 몰랐다; 솔직히 거기에 포켓이 있는줄도 몰랐음 ㅡㅡ;

울상짓던 자서방은 문득 더 심각하게 울상을 짓고있는 내 얼굴을 보더니 표정을 풀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걱정마."

근데 왜 그렇게 비명을 지른거니...

무식이의 여권과 백신접종 내역들이 다 젖어서 펜으로 쓴 글씨들이 번져버렸다. 엉엉...

"무스카델이 해외여행 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여권은 상관없고 백신접종 기록은 동물병원에도 다 기록이 있으니 문제될 거 없어."

나를 안심시키면서 자서방은 서류들을 조심스럽게 분리해서 라디에이터위에 늘어놓았다.

영영 안마를것 같더니 다음날 바짝 말랐다. 종이가 너무 쪼글쪼글해져서 두꺼운 책사이에 끼워놓기도 했는데 저게 최선이었다.

무식아 미안하다. 내가 깨끗하게 빨아주려고 그랬던건데... 내가 자세히 살폈어야 했어.

아니... 그렇게 무섭게 노려볼것까진 않잖아... 나는 더 속상한데...

하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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