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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테라스 토크 그리고 깻잎

by 낭시댁 2022. 5. 23.

한국인 언니네 집에 놀러 간 날-

언니는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미국인 친구도 함께 초대했고 우리는 해가 잘 드는 테라스에 둘러 앉아서 언니가 구운 요거트케잌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여자들에게 수다는 역시 보약인것 같다.

미국인인 그녀는 8년간의 낭시생활을 접고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게 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돌아가게되었다고 했다. 처음 낭시에 왔을땐 그렇게나 마음에 안들더니 어느새 이곳에 정이 들어서 이제는 떠나고싶지않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 지내면서 겪은 좋은일 안좋은일들을 풀어놓기시작했다.

그녀는 프랑스인들이 차가워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프랑스어를 못해서 무시를 당한적도 있고, 주방공사비를 선불로 지불했다가 사기를 당해서 엉엉 울었던 적도있다고 했다. 저런저런... (우리 시어머니께는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내 일처럼 분개하셨다. 그녀가 카드로 계산했는지 현금으로 계산했는지 꼼꼼히 따져물으시며 절대 공사비는 선불로 주면 안된다고 나에게 신신당부하셨다.)

그러고보니 나는 시부모님의 보호덕분에 험한꼴을 당할일이 없었던 것도 같다.

나역시 차갑거나 무뚝뚝한 프랑스인들도 분명 겪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겪은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경시청이나 마트직원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이웃들덕분인지 친절하다고 느낄때도 많은것 같고... 언젠가 낭시를 떠나야 한다면 나도 엄청 슬플것 같다. 이제 고작 2년되었지만 벌써 정들었네.

내가 카나리아 테레니페로 여행 간다고 했더니 그녀는 겨울마다 그녀의 남편과 다녀오던 단골 휴가지라고 했다. 어느 겨울 너무 추워서, 겨울에 갈만한 따뜻한 유럽내 휴가지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너무 좋아서 해마다 가게 되었다고-

 

미국인 친구는 아이때문에 먼저 떠나야했고, 나도 따라서 일어나려고 했더니 한국인언니가 점심을 만들어준다며 먹고 가라고 했다.

언니는 밥도 새로 하고, 새우를 넣은 된장국까지 끓여서 여러가지 밑반찬과 함께 너무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지만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밥도 더 달라고 해서 남은 밑반찬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배도 부르고 영혼도 채우는 점심 식사였다.

자주 연락도 못하고 지냈는데 이렇게 잘해주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ㅠ.ㅠ

테라스 화분에서 깻잎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길래 내가 나중에 씨좀 받아달라고 했더니, 화분에서 잘 안자라니 원한다면 깻잎을 모두 뽑아주겠다고 했다.ㅋ 결국 나는 언니가 뽑아준 깻잎들을 모두 접수(?)했다. 시아버지께 심어달라고 해야지...

생각해 보면 내 정신건강의 비결(다시말해, 행복의 비결)중에는 이 블로그가 꽤 큰 몫을 하는것 같다. 일기처럼 그날의 사건과 기분을 작성하고 있노라면 내 일상에서 감사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는걸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어주니말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깻잎도 감사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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