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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올해는 남편이 생일축하노래를 끝까지 불러 주려나

by 낭시댁 2023. 5. 10.

해마다 내 생일날 자서방에게 요구하는건 항상 동일하다.
 
생일케잌이랑 생일축하노래 끝까지 불러주는 거.
 
올해는 생일축하노래를 과연 어디서 끊을것인가... 
 
 
친구들과 바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귀가를 했다. 
 
현관까지 달려나와서 찐하게 맞이해 주는 우리 남편. 
 
"미안하지만 오늘 너무 피곤해서 케잌은 못사왔어." 
 
자서방은 케잌을 사와놓고는 매년 저렇게 말한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대신 생일이니까 간단하게 간식으로 먹을거 아무거나 좀 준비해줄래? 나 옷만 갈아입고 나올게." 
 
"오, 그건 바로 준비해 줄 수 있어. 잠깐 이리로 와봐.... 짜잔!" 
 

근데 케잌은 왜 조각인거니... 
 
"내가 설마 케잌을 안샀을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뭔가 대단한 서프라이즈라도 성공해낸듯, 표정이 매우 신나보이는 남편. 설마 내가 속았겠니... 
 
"근데 조각케잌 말고 큰걸로 하지." 
 
"두가지를 맛볼 수 있잖아! 하나는 진한 초코케잌이고 또하나는 견과류가 섞인거야. 이거 네개 다 와이프꺼야."
 
그래그래... 뭐... 
 
"부셰알라헨이랑 빠떼알라비앙드 오븐에 바로 데워줄까? 샐러드도 같이?" 

사실 친구들이랑 맥주를 마시고와서 배는 안고팠지만... 남편의 표정을 보니 이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느끼한 표현이지만 이렇게밖에는 표현이 안됩니다요ㅋ) 대신 빠떼알라비앙드는 반조각만 먹기로... 

남편이랑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생일 선물은 뭘로 줄까?" 
 
"아무것도 필요없어." 
 
"안돼, 꼭 줄거니까 말만해." 
 
"아, 그럼 난 집을 사줘. 자동차도 괜찮고." 
 
남편이 갑자기 입을 꼬옥 다물었다. 

식사가 끝난 후 자서방은 조각케잌에다 초를 붙여오며 내가 원하는 생축 노래를 불러주었다. 대신 음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노래의 시작부분이 아니라, 맨 마지막 소절만 딱 불러준것이었다. 
 
"해 피벌스데이 투 유...! 자 이제 소원빌고 촛불 불어." 
 
군말없이 소원빌고 촛불을 끄고 케잌을 퍼먹기 시작하니까 옆에서 자서방이 개미같은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웃겨서 입에 있던 케잌을 뿜을 뻔 했다. 우리 남편 내가 쳐다보고 있을때는 민망해서 노래를 부르는게 힘들었던가보다.  
 
 
 
시부모님 두분께서 낮에 각각 축하메세지를 보내주셨는데 나는 두분께 답장으로 자서방이 생축노래를 무려 완창을 해 주었다고 자랑했다. 
 
[우리가 널 위해 준비한 선물도 기다리고 있단다. 힘들게 구했는데 안타깝게도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구나.]
 
 
자서방은 생일선물로 자동차나 집말고 실내화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근데 꼭 저렇게 말할때는 뭔가 좋은걸 주던데... 이쪽 선물도 배송지연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속으로만 짐작을 해 보며 나는 다른것을 또 요구해 보았다. 
 
"나 생일선물 다른거 원하는거 또 있어. 외식가자!! 어머님 좋아하시는 그 레스토랑 예약해서 어머님 아버님이랑 넷이서." 
 
우리 남편, 내가 사달라는 집은 안사줘도 그건 알았다며 끄덕끄덕해 주었다. 
 
무엇보다 생일축하노래를 끝까지 독창해 주어서 가장 고마웠다. 
나를 정말 사랑하나보다.
그 힘든걸 해내다니.
 
개미같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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