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손칼국수맛을 알아버린 프랑스인 남편

by 낭시댁 2023. 4. 28.

국수면이 떨어졌는데 아시아마트에 가기가 왜이리 귀찮은지 하루이틀 미루는 중이다. 트램을 타면 금방 가는데, 1년반에 걸친 대공사가 시작되면서 트램이 중단되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내가 면을 이렇게나 좋아한다는것을 프랑스에 와서야 깨달았다. 
 
국수가 없으면 밥을 먹으면 될텐데 굳이 밀가루반죽을 밀어서 칼국수를 만들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반죽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반만 떼다가 국수면을 밀었다. (남은 반죽으로는 다음날 수제비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감자, 쥬키니, 양파, 당근등을 넣고 끓였다. 

냉동실에 있던 손만두도 몇개 넣고 마지막에 계란도 풀어서 얹어주었다. (육수는 MSGㅋ)
 
야채와 만두가 들어가니 양이 너무 많아져서, 의도와는 다르게 냄비에 조금 남겨놨다.  

역시 김가루랑 깨를 뿌리니 더 맛있네. 내가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자화자찬 감탄하며 먹었다. 

그런데, 저녁때 자서방이 냄비에 남은 칼국수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왔다. 
 
"당연하지." 
 
냄비를 들고 한숟가락 떠먹어본 자서방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 나는 칼국수를 자서방에게 한번도 권한적이 없었던 것이다. 입맛이 워낙 까다로워서 새로운 음식은 잘 권하지도 않는데다 국물요리는 자서방이 원래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자서방이 칼국수를 금새 흡입하고는 냄비를 소리내서 긁고 있는 것이다. 
 
"양이 너무 적어..." 
 
알아... 너 주려고 남긴게 아니었으니까...ㅎㅎ 
 
아쉬운 표정으로 숟가락을 놓지 못하는 자서방. 저러고 쳐다보면 내가 뚝딱하고 더 끓여줄거라 생각한 것일까... 반죽은 있긴 하지만... 
 
"내일 또 끓여줄게. 당신이 좋아할 줄 몰랐어." 
 
"나도 몰랐는데 정말 환상적으로 맛있어! 최고야!!"  
 
내 음식이 최고라고 외쳐주는 아들, 아니 남편의 표정을 보니 요리할 기운이 난다. 그렇게 나는 다음날 냉장고에 남아있던 반죽을 밀어서 칼국수를 또 끓였다. 
 
이번에는 자서방을 위해 한 뚝배기 가득 먼저 부워주었다. 

정작 나는 양이 좀 모자라서 밥을 말아 먹었지만, 칼국수를 잘먹는 외국인 남편을 보니 엄청 뿌듯했다. 
 
아, 그러고보니 어릴적 엄마가 식구들한테 건더기를 다 퍼주시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겠네. 나도 어른이 된건가ㅋ
 
어릴적엔 엄마가 칼국수나 수제비를 끓여주시면 먹기 싫어서 그냥 라면 먹으면 안되냐고 투정을 부리곤 했었는데 이제는 라면보다 이런게 훨씬 맛있어진걸 보니 내 입맛도 어른이 되었나보다. 
 
여보, 다음에는 수제비 끓여줄게. (아직 한번도 안해봄ㅋ)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손칼국수 장인 금자씨 이야기
쌀을 이용한 시어머니의 이색 레시피
쌀쌀할땐 오이도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가 최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