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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쌀을 이용한 시어머니의 이색 레시피

by 낭시댁 2019. 7. 31.

시어머니께서는 우리 부부의 영향으로 다른 프랑스인들에 비해서 밥을 많이 즐기는 편이시다. 자서방이 밥솥까지 사다드리고 밥하는 방법도 직접 알려드렸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많은 아시아 나라들을 여행 하시며 밥 요리를 많이 드셔보셨고 워낙 요리 자체를 사랑하시는 분이라 새로운 여행지에 가실때 마다 쿠킹클래스에 꼬박꼬박 참가하시며 다양한 레시피를 익히는걸 좋아하신다. 또한 익히는데만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시고 레시피를 변경해 보기도 하며 요리를 진정 즐기시는 분이다.  

특히 내가 프랑스에 방문할때면 아시아 요리를 많이 선보이신다.

이건 태국에서 사오신 면으로 만든 볶음면-

간장과 굴소스를 곁들여서 아주 제대로 맛을 내셨다. 

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셔서 고기 종류는 넣지않고 야채로만 만드셨다.

시어머니께서 태국에서 너무 좋아하셨던 마늘볶음밥이다.

몇년전 내가 맨 처음 시댁에서 만두를 만들었을때만 해도 간장을 처음 보셨다며 엄청 맛있어 하셨는데 이번에 보니 종류별로 세가지쯤 되는 간장이 부엌에 있었다. 새로운 요리재료는 항상 시어머니를 들뜨시게 한다ㅎㅎ 

자서방을 빼고 온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가 바로 연어- 

시부모님께서는 스웨덴에 사는 시동생을 일년에 두번씩 방문하시는데 꼭 진공포장된 연어를 잔뜩 사오신다. 

이날 내가 연어를 먹다말고 밥이 급 생각나, "냉장고에 식은 밥 있지요?" 라고 했는데, 그때 우리 시어머니는 "역시 넌 밥이 있어야 되는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며칠은 괜찮지만 오랫동안 안먹으면 밥이 생각나기는 해요. 아시안이라 어쩔수 없나봐요."

이건 우리 시어머니께서 자신있게 만드시는 요리 중 하나인데 보통은 토마토 속을 파내고 밑간이 된 다진 돼지고기만을 넣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나를 위해 레시피를 바꾸실거라며 처음으로 고기에 쌀을 같이 넣으셨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말리고 싶었으나 워낙에 야심차게(?) 하고 계셔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와우~ 쌀이네요.. 맛있.. 겠지요?" 정도밖에...

 

내가 염려한 것은 

첫째, 생쌀이라 우선 오븐에서 다 익을까 걱정이 되었고

둘째, 저 쌀은.. 그냥 쌀이 아니라 ㅠ.ㅠ 카레쌀이었다.. 완전 쌀에서 인도음식 냄새가 풍겼다.. 

이거 너무 이색적인 레시피 아닌가요..

그냥 오리지널 레시피로는 뜨끈한 쌀밥을 따로 조금 곁들여 먹으면 그만이었는데.. 흑흑...

 

 

 

완성되었을때는, 내가 걱정했던 것 처럼 간혹 깊이 들어가지 않은 쌀에서 서걱거리는 느낌이 이따금씩 들었고, 카레향이 풍기는 그냥 인도음식으로 재탄생이 되었다.

완전 나쁘지는 않아 먹긴 먹었지만 원래의 맛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아쉽... 

 

 

근데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이 새로운 레시피가 더 맛있다며 엄청 맛있게 드셨다. 

우리 시아버지는 호불호를 잘 표현하지 않으신다. 누가 물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맛있긴 한데 저는 솔직히 원래 레시피가 더 나은것 같아요"

하지만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동시에 아니라고 이게 더 맛있다고 똑같이 대답하셨다.

"카레가 섞이니까 뭔가 인도음식 같애요"

"이거 인도쌀 아닌데? 스페인쌀이었던가..?"

괜한 쌀부심에 내가 쌩뚱맞은 소릴 했다. 

"쌀은 한국쌀이 제일 맛있는데" 

"한국에 갔을때 밥이 맛있었지..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찰진(sticky) 밥보다는 이런 밥이 더 좋아.."

그리고 나서 시어머니께서 순수한 질문(?)을 한마디 붙이셨는데 그 말이 나에게는 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말이다.. 쌀을 제대로 씻고 했어도 밥이 그렇게 찰진거니? 잘 안씻어서 그런게 아니고~?"

"네에~? 그냥 쌀이 다른거예요. 제대로 안씻으면 오히려 맛이 없고 찰기도 덜 할 걸요. 물론 아주 심하게 씻을 필욘 없지만 제대로 씻어도 찰진 거 맞아요" 

자서방도 옆에서 그건 아니라고 거들어 주었고 시어머니께서는 쌀 종류가 다른건 알고 있었는데 덜 씻으면 더 찰기가 있는걸로 오해해 오셨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드신 그 맛있었던 한국밥이 모두 덜 씻은 쌀로 오해하신게 아니길 바란다;;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함께 준비하시는 중에 시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한국에 한번 더 여행을 가야겠어. 전에 너무 짧게 다녀왔잖니. 서울말고 다른데도 보고싶어. 좀 한국적인 곳 말이야"

"다음번에는 사찰음식만드는 쿠킹클래스에 도전해 보시는건 어때요?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고기나 매운 재료는 안쓰고 야채 위주로도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게 하는 레시피들이예요."

"와우! 듣기만 해도 좋구나. 너도 같이 가 줄거지?"

"그럼요!!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제가 미리 검색해서 예약을 해 놓을게요"

사찰요리라... 꼭 한번 해 보고싶었던 템플스테이도 곁들이면 참 좋겠다. 자서방도 끌고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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