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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인들 하나되는 혁명기념일

by 낭시댁 2019. 7. 26.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날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발단이 되었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그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나 학교에서 바스티유 습격사건 배웠어! 그리고 파리 여행때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자리도 가봤어!" 하며 자서방 앞에서 나도 좀 아는 척을 해보았다. 

 

전날 저녁에도 불꽃놀이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당일날엔 가족들이 온종일 파리에서 기념행사가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것을 티비로 시청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하는 열병식이 있었는데 콩코드 광장에는 마크롱 대통령도 나와 있는걸 볼 수가 있었다. 다양한 프랑스 군대들이 하나하나씩 행진을 하는데 너무도 다양한 군대들이 있어서 놀랐고 너무 한 팀씩 행진을 해서 더 놀랐다 ㅋㅋ 

한 팀이 중간쯤 갔을때 다음팀이 출발해도 되는거 아닌가...? 라고 했을때 자서방도 동의 했음..ㅎㅎㅎ

시어머니께서 "우리 대통령 잘생겼지?" 라고 하셨다.

"마크롱 좋아하세요?" 라고 했더니 시어머니는 짧게 대답하셨다. 

"그냥... 트럼프 보다는 나아.." 

 

 

내눈에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외인부대.

복장도 신기한데 자서방말로는 이들은 외국인들로만 구성된 부대라고 했다. 

국경을 수비하기도 하고 위험한 해외 침투작전에도 먼저 동원된다고 했다. 외국인들이라서 위험한데 먼저 보내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정예부대라서 실력이 좋아서 그럴거라고 했음.  

"그럼 저사람들은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거겠지?"

"처음부터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건 아니고 입대후 일정 기간이나 직급이 지나야 취득 할 수 있는걸거야. 학력이나 이전 경력 상관없이 아주 공정하게 실력으로 입대 하는거라고 알고 있어."  

 

 

저녁에는 에펠탑에서 클래식 콘서트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식사 후 티비앞에 모여서 콘서트를 지켜 보았다. 이렇게 온가족이 오랫동안 티비를 시청하는건 처음이었다.  

나는 솔직히... 클래식 공연 후에는 아이돌 공연도 할 줄 알았다 ㅎㅎㅎ 그말을 괜히 꺼냈다.. 

자서방과 시어머니의 무시만 샀음... 우리나라 케이팝이 얼마나 유명한데요... 소리가 안먹힘.. 

"한국에서도 이런 연주회가 있니?"

"그럼요! 한국에서도 티비 프로도 있고요, 국가 행사때도 국악이나 클래식 공연도 해요. 대신에 우리는 항상 아이돌 그룹도 같이 나오니깐..."

클래식 연주나 노래가 나올때마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물어보셨다. 

"한국에서도 이 노래 알아?"

"네, 저 이거 들어봤어요"

자서방은 "진짜?" 하며 게슴츠레 쳐다 봄.. 참내.. 들어봤다고!! 

자서방은 한국에서는 텔레비젼 프로그램들이 예능이나 케이팝 가수들 위주라며 시어머니께 설명하고 있었다. 야...아니야.. 그르지마... 자서방은 한국 티비에서는 자막이나 CG 그리고 뿅뿅 효과음 같은거 나온다고... 하...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는 그런 프로를 본 적이 없구나..  자서방 말로는 프랑스에도 그런 프로가 있긴 있다고 했음.. 그저 많지 않을 뿐... 

"싸우자! 바게트 갖고 와봐!" 하며 자서방의 입을 막았다. 

 

소프라노 여인이 하도 예뻐서 내가 "저여자 예쁘다"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니가 더 이뻐"라고 해 주셨다. 나를 진정 시키시려고 그러신걸까..ㅎㅎ

 

잘생긴 남자가 나와서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를 하는데 변성기가 안 지난듯한 미성이라 깜짝 놀랐다. 

내가 놀라서 시어머니를 쳐다보자 시어머니께서 검지와 중지를 가위처럼 만들어서 싹뚝 하는 제스쳐를 보여주시며 살짝 웃으셨다.

"맞죠? 맞죠?" 했더니 자서방이 웃으면서 말했다.

"카스트라토라는 가수야. 오~래전에는 실제로 어릴때 목소리 때문에 거세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졌지. 저 남자는 아닐거야"     

아~ 새로운걸 많이 배운다 요즘 ㅎㅎ

 



화면속 파리 시내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답다.. 해지는 노을과 아름다운 도시... 근데 큰 빌딩이 생각보다 많이 없구나?"

"응 개발도상국과는 다르지. 내가 개발도상국들 많이 가봐서 알거든. 세네갈이나 태국이라든가.. 한국ㅋㅋ"

"안되겠다. 바게트 갖고와" 

"ㅋㅋ 농담농담"

근데 정말 큰 빌딩들을 새로 짓기 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을 자부심으로 유지하고 있는 부분은 항상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도시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 수많은 사연들을 담고서 똑같은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역사의 증거들 말이다.


 

시부모님은 주무실 시간이 넘었는데도 늦은 시간까지 텔레비젼 클래식 콘서트에 폭 빠져 계셨다. 

하품하는 사람은 나 뿐인건가.. 나 졸려서 먼저 올라가고싶은데 그럼 내가 클래식 지루해서 그런다할까봐 참고 또 참았다. 

모웬도 졸고 있음 ㅎㅎ



잠시후 흥겨운 콩콩 음악이 나왔다. 시어머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거 아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자신있게 말씀드렸다. 

"당연하죠! 프랜치 콩콩이잖아요"

 

결국에는 불꽃놀이도 못보고 침실로 올라왔다. 

자려고 하는데 밖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보이나 싶어 달려 나갔지만 하나도 안 보였다. 

"에고고.. 졸린데.. 아무래도 이게 끝이나야 잘 수 있을것 같다. 엄청 오래 하네"

"와이프, 이번에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완전 맛있는 음식에 와인 엄청 많이 먹었지? 행복하지? 넌 정말 남편 정말 잘 만났어!" 

솔직히 닭한마리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 개운한 국물에 국수도 말아먹고... 캬... 심지어 인터넷으로 사진도 검색했다 ㅋㅋ 근데 그런말은 못하겠더라.. 

"그럼! 완전 좋았지" (태국가서 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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